가구 디자이너 최근식 + 경험하는 디자인

Furniture / 배우리 기자 / 2018-04-24 01: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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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가 벽에 걸려 있다. 이 벽걸이형 가구는 589조각의 배나무, 메이플, 웬지, 소나무가 꼼꼼하게 짜여한 몸을 이루고 있으며, 곳곳에 스웨덴 전통 공예요소들을 집약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가구에 전통 기법이 농축되었지만, 디자인만큼은 기존의 캐비닛 형태를 따르지 않고, 시선이 비틀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각각의 면이 서로 다른 수종의 나무로 이루어진 이 캐비닛은 언뜻 보면 음영이 있는 3차원의 직육면체 모양이지만, 다시 보면 세 면이 함께 정면을 향하고 있다. 닫혀 있을 때는 조형물의 역할을 하고, 뚜껑을 열면 새로운 기하학의 공간이 생기면서 이 가구의 기능이 드러난다. 윗면의 미닫이와 오른쪽면의 여닫이를 열면 각각 수납공간이 있고, 아랫면의 여닫이는 젖히면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숨겨진 작은 수납공간은 덤이다. 크기가 800×550×180mm이기 때문에 책상도 큼직하고 넉넉하게 쓸 수 있다.이 작품은 최근식 디자이너가 스웨덴 전통가구 제작시험, 기셀을 치르면서 제작한 것으로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다.


일상에서 손으로 하는 디자인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이탈리아의 아킬레카스 틸리오니, 브루노 무나리 같은 디자이너들을 좋아했던 최근식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다. 학교 졸업 후에는 한국의 가구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독립스튜디오를 운영했다. 그는 가구를 만들 때 디자인을 열어놓고 세세한 부분을 다듬어가는 방식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전통가구제작을 배우는 것이 디자인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된 곳이 스웨덴의 카펠라고든이다. 스웨덴에서 기셀이라는 시험을 통과하면 캐비닛 메이커라고 불리게 된다. 캐비닛 메이커가 전문적이고 다양한 작업을 하면 심사를 거쳐 마스터 캐비닛 메이커(장인)가 된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디자이너와 캐비닛 메이커의 구분이 확실해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형태와 컨셉을 제시하면 캐비닛 메이커가 그것을 제작하기 위해 구조나 디테일 등의 아이디어를 공유해가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나간다.

 

캐비닛 메이커 최근식은 장인이 되기 위해 가구제작을 배운 것은 아니다. 다만 직접 가구를 만들면서 디자인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자이너로서 자신이 가진 제작 기술을 활용해갈 예정이다. 그는 전통적인 메이커와 다르게 디자인 하는 제작자로서 기술로부터 예술에 다가가는 중이다.

 

 

예리한 시선을 가진 그는 일상생활에서 작은 단서들을 찾아 작업에 접목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 불편했던 점을 찾아 해소하고, 버려진 물건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기존의 물건에 새로운 비율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찾아가는 것이다. 외출을 준비하는 아내가 옆모습과 뒷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두 개의 거울을 동시에 쓸 수 있는 ‘Mirrored mirror’를 만들었고, 친구 집의 아기를 보고 아기가 부모들과 함께 앉을 수 있는 거실 테이블을 만들었다. 아기가 커도 소품이나 책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면 된다. 이런 소소한 관찰을 토대로 그는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최근식│이탈리아 폴리테크니꼬 디 밀라노에서 산업제품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독립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스웨덴으로 넘어가 북유럽 전통가구제작을 공부하고 스웨덴 캐비닛 준장인 자격을 획득했다. 지금은 스웨덴 말뫼에서 독립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무토탤런트 어워드 2015에서‘Mirrored mirror’로 1위를 수상하고, 2016에는 폼/디자인센터의‘이달의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 배우리 기자 | 사진 최근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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