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폐기물

Art / 배우리 기자 / 2018-06-26 13: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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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든 거절된 것들을 사랑한다. 어떤 폐기물도 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다. 결국 이야기는 사물에 대한 모두의 책임과 관심, 그리고 사랑으로 되돌아온다.

 

이미 청소년기부터 쓰레기 세계에 매혹을 느꼈다. 파바타의 나이 20살에 연 전시회에서는 버려진 석고보드, 냅킨, 부서진 네온과 부엌 집기들의 조합을 선보였다. 그 후 미술학교에서 가구와 조각을 차례로 공부하고 “사물에 대한 거부에서 사랑으로”라는 제목의 디자인 논문으로 학업을 마쳤다. 그리고 십 년 전 지금 살고 있는 토리노로 이사했다. 그 당시 막 구한 작업실은 두 개의 작은 천장 채광창이 있는 다락이었다.

매혹하는 버려진 것들

어느 날 버려져 있는 오래된 서랍장을 발견하고는 작업실로 가지고와서 의자로 바꿨다. 지금은 밀라노의 유명한 정치선전가의 의자 컬렉션 일부가 될 만큼 평범하지 않았던 그 의자가 지금까지 계속해온 재생 나무 작업의 발단이 되었다. 현재 스튜디오 이름이자 그의 작품 서명인 알리쿠치오도 그 때 시작되었다. 

 

 

오래된 물건, 그것도 버려진 것을 다시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그것들이 가진 오래된 경험의 층위라든지 흐르는 시간과 무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는 물건의 이야기로 어떤 상실과 버려짐, 그리고 재생과 부활의 뜻을 재전유한다. 덕분에 재료는 비교적 쉽게 구한다. 새 건물이 지어지는 곳, 길거리, 친구와 이웃 등 동네 어디라도 그가 쓸 물건이 널려 있다. 


버려진 의자로 만들어져 어쩔 수 없이 약간 삐딱한 다양한 책장들과 서랍장, 워낙 작은 자투리를 써서 누더기 도사 같은 의자들은 버려진 가구에서 새로운 가구 조각으로 다시 태어난다. 단순한 리폼이 아니라 다른 형상으로 완전히 바뀐다. “기원 스툴” 시리즈에서는 의자 등받이를 바닥 지지대, 좌판과 높이가 다른 팔걸이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사용한다. 다른 부분은 그렇다 해도 오목한 받침대에 자신의 무게를 싣고 앉으려면 꽤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그는 결코 매끈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버려진 것을 선택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혹은 재료와 함께 유희하는 것이 그에게는 제품처럼 잘 마감하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사람들이 거친 표면과 나무냄새, 불완전성 같은 것을 직접 느끼면서 그것이 본래 가진 이야기를 찾길 바란다.  

 

수호자가를 위한 의식 


 

 

 

최근에 그는 ‘쓰레기머리’ 시리즈를 만들었다. 역시 자잘한 고재로 만들어졌는데 못으로 조각들을 붙이고 조각했으며 어떤 얼굴에는 커다랗게 태워 구멍도 냈다. 딱 보면 위협적이고 강렬한 표정이지만 우리의 적이 아니다. 그가 만든 건 고대 주택의 조각품처럼 액막이를 해주고 악령을 쫓고 가족을 지키는 액막이 머리다. 우리로 치면 장승. 작가는 반복적으로 나무를 적층하는 행위로 사람 흉상을 만드는 것은 어떤 질문들에 혼과 육을 불어 넣은 의식이라고 말한다. 그냥 단지 최근에 부모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수호자를 만든 것 일 수도 있다고 쑥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얼굴 오른쪽에 붙은 커다란 귀를 보면 버려진 사물, 타자에 기울이는 귀를 가진 본래 작가 본인의 얼굴이 아닐까 한다.

 

 


그는 시칠리아 작은 해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어느 날, 바다에서 아프리카 마그렙의 아이가 발견되었는데 지역 사람들은 그를 구하고 알리쿠치오라고 이름 지어주고 리틀 알리라고 불렀다. 무슨 사연으로 아이가 바다 건너 섬에서 발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의 책임감 덕에 함께 마을에서 자란 모양이다. 오랫동안 감동적인 이 이야기를 간직한 아르칸젤로는 자신의 작품 서명으로 사랑과 연대를 상징하는 알리쿠치오를 쓰고 있다. 알리쿠치오가 상징하는 바는 물질 만능과 낭비의 시대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쓰레기를 작품으로 만든다는 건 지구환경에는 별 영향도 주지 않겠지만 무엇이든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그래서 돌보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퍼진다면 지금보다는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아르칸젤로 파바타(Arcangelo Favata) | 이름부터 대천사인 파바타는 쓰레기로 사랑을 전하고 있는 진짜 천사인지도 모르겠다. 언어유희도 잘 한다. 올 여름 이탈리아와 대만에서 ‘Ash to Ashes'라는 이름의 탄화 페인팅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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