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인 물리학

Art / 육상수 기자 / 2018-06-26 14: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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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다면, 서로의 끌어당김이 없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평소에는 눈치도 못 채는 이런 우주의 원리들이 어쩌면 최고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어린 제롬은 자연 현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자연스럽게 물리학을 공부했고 학업을 마친 후에 체코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친구들과 가족이 멀어진 익숙하지 않은 그곳에서 그는 그 때까지는 몰랐던 내면 속 침묵의 공간을 발견했다. 그 발견으로 그간 쌓았던 과학적 지식을 미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고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로 돌아와 그는 연구를 그만두기로 했다. 실험실은 조각 스튜디오로 바뀌었고, 제롬은 숲에 나무를 주우러 다니면서 딱딱한 과학적 언어 대신 시적인 조형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학에서 미학으로



 

결과물은 시적이지만 접근 방법은 여전히 과학적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과학 발견과 더불어 아르키메데스나 케플러, 아인슈타인을 작품에 불러오는 건 당연하고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인간 근원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공명하는 사물 간의 힘이나 빛은 그의 작업에서 핵심이 된다. 그렇다고 이론들을 알아야만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지식적인 수식보다는 직관적인 미감이 세계의 원리를 단박에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력에 대한 수식을 보여주는 것보다 뉴턴의 머리 위에서 떨어진 사과의 이야기가 더 직관적인 것처럼. 완전히 인공적으로 다듬어지지 않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원시적이고 거친 상태의 나무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구들인 활이나 도르래, 추가 되어 우주의 원리를 예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빛을 달고 그가 발견했던 침묵으로 통하는 순간을 만든다.

 

아름다움을 찾는 아스트롤라베



작품은 나뭇가지와 직접 불어 만든 유리 전구로 주로 만들어지고 가끔 금속도 사용된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은 서로 엮여 진공 안에서 직선으로 가는 빛이 되고, 그리고 인력 장에서는 곡선이 된다. 도르래는 땅으로 대변되는 나무, 그리고 빛으로 대변되는 유리 전구 사이의 미묘한 대화를 이끌어낸다. 둘 사이를 연결하는 줄은 미세하게 공기를 진동시키는 떨림으로 가락을 만들어낸다. 활과 활처럼 만나는 선과 덩어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팽팽히 맞선다. 숫자로 이루어진 세계, 그리고 생동하는 자연은 그의 작품에서 조금 더 물질적이고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제롬은 고대로부터 별 관측기이자 지구의 경도와 위도 관측기로 쓰인 ‘아스트롤라베(별을 찾는 자)’라는 이름을 붙인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눈금 원반은 활처럼 휜 너도밤나무가 맡았고, 방향 지시자는 유리전구가 맡아 활 사이에 매달려 있다. 이건 확실히 별은 관측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조형 언어로서의 아스트롤라베는 뭘까. 작가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면서 묵상을 해보길 권한다. 아마 평화만을 품고 있는 우리 내면의 위치는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볕 잘 드는 마르세유는 제롬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는 거의 매일 수영을 하고 암벽 등반 연습을 한다. 물과 암석, 땅을 매일 어루만지고 받은 기운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또 내일도 작품을 만든다. 우리의 ‘유레카’를 위해.
 


제롬 페레이라(Jérôme Pereira) |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로 빛이 있는 조각을 한다. 과학적 탐구만이 아니라 최소한의 도구, 그리고 아주 많은 도구 사이와 수작업의 관계를 탐험하기도 하고, 세계 여러 곳의 원시적인 종교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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