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펜던트 조명 프로젝트

Project / 배우리 기자 / 2018-05-21 15: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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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켜지 않을 때는 그대로 조각이 되고 조명을 켰을 때는 빛의 성형으로 또 다른 조각이 되는 8점의 조명제작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어디에서부터 작품이 시작했든 누군가의 어두운 순간을 밝혀줄 거란 믿음으로 소개해본다.

① Plain Plan 강성 | 지구의 탄생 

 

Wood Shavings ball | 300(π) | 적삼목스테인리스 스틸

 

묵직하고 꼼꼼한 작품을 주로 했던 목수의 작품이라고 하기에 조금 낯선, 가볍고 동그란 조명이다. 하지만 이 가벼워 보이는 작품도 강성 목수 특유의 집요함이 담겨 있다. 주름진 얇은 종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나무의 무늬가 보인다.

 

주재료는 바로 길게 뽑아낸 대팻밥. 목수는 나무를 만졌던 과정의 노하우를 조명에 녹여냈다. 작업 중 나오는 대팻밥을 보며 항상 ‘아름다운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그, 뭉쳐진 대팻밥으로 떠올린 샤워볼을 모티브로 삼았다. 대팻밥을 사용하는 것은 조명만을 위해 나무를 따로 재단하지 않으면서 나무 특유의 따뜻함과 목리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목수는 얇은 대패질이 가능하고 잘 찢어지지 않으면서 계절에 따른 섬유 조직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주름이 만들어지는 적삼목을 택해 잘 연마한 대패로 대팻밥을 얻었다. 그 중에 찢어지거나 옹이가 있는 부분은 잘라냈다. 둘둘 말린 섬유에 살짝 구김을 주고, 방사형의 철사 틀에 원이 되도록 360도 사방으로 한 겹 한 겹 감아주었다. 대팻밥이 끊기는 부분 처리도 신중을 기했다. 

 

이 펜던트는 빛을 투과하기 때문에 목수는 조명의 형태를 만들면서 동시에 그 형태를 덮치는 빛도 함께 봐야 했다. 본드를 조금 사용하는 바람에 대팻밥 본래의 자글한 보송함은 조금 잃었지만 목수의 신중한 손놀림에 뭉게뭉게 빛이 터지는 조명에 위 아래에서부터 가운데로 갈수록 주황기가 짙어지는 완벽한 그라데이션이 완성되었다.  

 

▲ 강성 목수

 

은은한 조명은 침대 머리맡이나 거실 티테이블 위에서 빛날 때 가장 좋을 것 같다. 주방이나 식탁 쪽에서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포인트는 실내에서는 낮에도 켜두면 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명의 은은함은 빛에서 그치지 않고 나무의 향까지 이어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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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 | 기이한 균형

 

▲ Balance between something(무언가들의 균형) | 800(W)×200(D)×530(H) | 스테인리스스틸, 유리

 

보통의 펜던트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중심에 있는 발광체를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디자이너는 긴장도, 균형 잡을 것도 없이 홀로 안정적인 이런 형상에 관계를 부여하고자 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 물건과 물건은 물론이고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 균형을 이루면서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먼저 발광체를 중심으로부터 밀어내면서 기존의 균형을 깨는 시도를 했다. 기존의 것이 균형을 잃는다고 해도 걱정할 것 없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관계가 균형을 다시금 잡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밀쳐진 동그란 전구의 반대쪽에 원통 병 하나를 세웠다. 전구와 병은 가로대로 이어져 서로 소통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 디자인은 그렇게 발전해간다. 완전한 균형은 어느 순간에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이 언제 어디서나 절대적일 수는 없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 조명처럼 그 시대 안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조명은 모빌 아니, 천칭에 가까운 새로운 형상을 얻었다.

 

▲ 강영민 디자이너

 

그 균형에는 흑백의 대비도 한 몫 한다. 하얗고 불투명한 둥근 주광색 전구는 빛을 발하지만 전구색 같은 온도는 없다. 그래서 다른 쪽의 금속 원통과는 온도가 아닌 색과 모양으로만 경쟁한다. 강연민 디자이너는 또 다른 균형을 위해 원통 병을 나무로 제작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 때라면 주황빛 전구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작업은 ‘ODDLY-book shelf’가 잡으려고 한 균형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절대적인 균형과 절대적인 방법은 없으므로 새로운 것들을 계속 시도하고 도입할 뉴 밸런스 비트윈 썸띵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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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ee 박정연 | 외롭지 않아

 

▲ With you Lights

 

평소 만드는 것의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정연 작가. 이번 조명은 현대인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고독에 대해 곱씹으면서 어떤 형상으로 치유하고자 한 결과물이다. 1인가구가 아니더라도 각자 살 길이 바쁜 현대의 가족에게 혼밥은 너무나 흔하다. 그럴 때 식탁 위 조명이 위로가 된다면 어떨까.

 

펜던트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 그녀는 가족의 모습, 반려동물의 모습을 형상화해서 특정 공간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고자 했고, 함께 있으면 편안한 존재로 반려견을 택했다. 그렇게 그녀의 조명에는 강아지가 들어가게 되었다.

 

금속작업을 하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월넛과 황동의 케미는 가구에 이어 소품에도 그대로 넘어왔다. 스테인리스 갓 펜던트 밑에는 월넛으로 만들어진 강아지가 있고, 납작한 황동 추가 구슬처럼 달렸다. 갓을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것은 황동의 까다로운 마감과 변색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작가의 조치였다. 대신 색을 황동처럼 입혔다

 

처음에는 이 갓 없이 강아지만 만들었는데 마치 목을 매단 느낌이기도 했고, 강아지 형상을 강조하려면 빛을 조정해야 했다. 그래서 종 모양의 갓을 씌워 빛이 반려견 조각으로 향하도록 하고, 반려견 아래에는 추도 달았다. 처마 밑 풍경 같기도 한 펜던트는 세 개가 함께다.

  

▲ 박정연 디자이너

 

이 작품은 이대로 완성이 아니다. 원하는 형상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조명의 장점이다. 반려견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모습이나 그리운 누군가의 아련한 얼굴을 사진이 아닌 일상 속 아이템에서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 될 것이다. ‘함께하면서도 외로움을 즐길만한 것으로 바꿔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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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가구공방 오세명 | 흐른다

 

▲ 플로우 라이트(Flow light) | 1160(W)×520(D)×420(H) | 메이플

 

그는 흐름을 만들고 거기에 고래를 살짝 끼웠다. 지금까지 해류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면 목수는 이제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 때라는 걸 감지한 것 같다. 고래가 언뜻 물결을 따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고래 스스로 자신만을 위한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을 아닐까. 이 작품에서 그가 강조하는 건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갈 때 더 나은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오세명 목수는 오랜 시간 목공을 해오면서 그만의 리듬을 터득한 모양이다. ‘조명이라는 주제를 받고 만든 플로우 라이트도 목공을 해왔던 의식과 무의식, 손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긴 결과물이다. 이제 거대하게 소용돌이치는 흐름이 본인의 것인데 망망대해가 두렵겠나.

 

아니, 의미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저 눈으로 보이는 미감만 놓고 말해도 유려그 자체다. ‘흐름은 건식 밴딩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 하나의 흐름을 위해 그는 각각 다른 수종의 나무 몇 개를 휘고 조였다. 그 중 선택된 것이 밝은 메이플이다. 기능올림픽 출신인데 이 정도 조각쯤이야, 하고 고래 그림 하나 앞에 놓고 슥슥 깎아 함께 매달았다. 나무를 따라 빛이 켜지면 공중에 매달린 이 조명은 더 경쾌하게 굽이치고 고래는 힘차게 꼬리를 내리치며 허공을 가른다.

 

▲ 오세명 목수

 

역동적인 고래는 단 하나의 선이 그리는 무한한 흐름 안에서 오직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그가 고래일 수도 있고, 고래가 그일 수도 있고, 또 고래는 이 조명을 바라보는 우리가 될 수도 있다. 글쎄 이 조명은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창문 밖에서 바람이 살짝 들어올 때 고래는 또 어디로 날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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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OO 이승원 | 하늘과 땅과 사람

 

▲ 도형 | 전체 1200(W)×400(D)×800(H), 380(W)×380(D)×45(H) | 벚나무 

 

이승원 목수는 조명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고 어린 딸아이를 생각했다. 딸아이가 자라면서 볼 수 있도록 메인조명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모양도 가장 쉽고 기본적이면서 직관적인 동그라미, 세모, 네모 도형으로 잡았다. 붉은 체리로 만들어진 도형 조명들은 천장에 고정될 씩씩한 나무판에 달렸다. 낮에는 나무의 물성과 도형을 즐기고 깜깜한 밤에는 모양대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각 도형을 납작하게 두 조각씩 만들고 샌드위치처럼 그 사이에 조명을 설치했다. 실선으로 보이는 빛의 양과 크기는 도형 사이의 간격으로 조정했다. 측면과 아랫면은 오로지 선만 볼 수 있지만 작품을 굳이 입체로 잡지 않고 평면적인 도형을 사용한 것도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지만 선과 면을 넘나드는 도형에는 모든 이치가 담겨 있다. 하늘과 땅과 사람, 이것들을 지지하는 나무와 빛을 보며 자랄 목수의 딸은 넓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천장 가운데나 혹은 벽에 가까운 천장 등 도형은 걸리는 곳에 따라 분위기가 매우 달라질 것 같다. 정면을 보는 도형은 아래를 바라볼 수도 있고, 조명의 길이도 언제든지 조절될 수 있고, 다른 크기의 조명들을 더 매달 수도 있다. 목수가 일부러 다양한 변용의 가능성을 남긴 것 같다.

 

▲ 이승원 목수

 

이 작품으로 목수는 기본 도형의 무궁무진함과 그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조명의 펜던트 뿐 아니라 스탠드, 여타 오브제와 가구에도 접목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형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본으로 이루어진 가구와 오브제에 기본 도형을 다시 접목한 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원래 목수의 일이 뻔한 걸 다시 만드는 일이니 큰 부담 없이 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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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ot 장형진 | 빛나기 위해 타고 남은 것

 

▲ 불, 검은, 조각 | 700(W)×125(D)×560(H) | 메이플

 

장형진 디자이너는 어느 겨울, 난로 안 나무들이 타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 일이 있다.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너울거리는 붉은 불꽃에 취해있노라면 하얗던 나무는 어느새 검게 타버린다. 어떤 조각가보다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느라 생긴 열기가 식고, 연기까지 가신 후에 그는 다시 나무를 들여다보았다. 기다란 섬유다발은 수분이 모두 날아가 뚝뚝 끊기고 울퉁불퉁해졌다. 마치 정으로 쪼아 조각한 것처럼 말이다. 순수하고 단단한 그 형태를 그는 머릿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조명, 그리고 조각이라는 단어가 주어졌을 때 바로 을 떠올렸다.

 

불과 빛은 다르면서도 같다. 그는 거침없이 불로 조각을 해나갔다. 판재는 둥근 곡선으로 깎여 나갔다. 우연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작업 성향 상 당연히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조각이 나올 때까지 반복했다. 둥글게 패인 부분은 조금 더 불이 가해져 숯이 되었다. 까만 숯은 그가 보았던 장작 같은, 하지만 그와는 다른 모습으로 조각이 되었고, 나머지 부분은 검게 그을리게 했다. 그리고 그는 조각 부분에 커다란 전구를 달았다

 

거꾸로 매달린 전구가 빛나면서 숯이 된 펜던트를 비춘다. 불의 조각은 다시금 타들어간다. 수분을 내뿜어 자연스럽게 벌어진 작은 틈도 빛을 빨아들인다. 간단해 보이지만 작가의 관찰력과 우연의 활용 능력으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단단한 조각이다.

 

▲ 장형진 디자이너

 

불을 콘셉트로 한 이 작품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작가는 벌써 펜던트 조명을 뒤집어서 탁상용 조명으로 만들거나, 불을 테이블 상판이나 캐비닛 도어 같은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해 가구 속에 블랙홀을 만들어야겠다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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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 Studio 조재원 | 형기하학

 

▲ Day&Night | 460(W)×460(D)×330(H) | 애쉬 

 

조재원 디자이너는 어느 작품이든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조명이 어둠을 밝힌다는 개념보다 더 단순하게 들어가 빛은 아름답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빛이라는 것은 비단 조명의 빛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펜던트는 낮의 자연광도, 밤의 조명 빛도 모두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태어났다.

 

조명은 삼각지붕이 삼단으로 쪼개져서 엇갈려 포개진 모양이다. 하지만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각 면은 디자이너의 특기인 삼각형을 이루며 내려오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단들이 따로 돌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불행히도 각각의 단은 촉으로 연결되어 고정되었다. 하지만 어느 각도에서 보는지에 따라 조명은 다른 분위기를 가지게 된다.

 

다른 분위기는 시간, 즉 빛의 종류에 따라서도 연출된다. 낮에는 작가 특유의 조립과 해체의 실험이 드러나는 도형들 사이사이로 빛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보통의 펜던트처럼 빛을 전체적으로 투과하거나 한쪽 방향으로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빛을 가리고 여는 것을 반복하며 전구에서 터져 나오는 빛에 리듬을 준다

 

입을 벌린 나무 조각들이 빛을 받으면 빛이 닿는 면의 각도와 거리에 따라 나무의 색과 모양도 변한다. 낮에 보았던 딱딱한 기하학의 선은 밤에 밝혀진 따뜻한 빛의 색으로 부드럽게 완화된다. 밤이나 낮이나 조각이 되기는 매한가지다.

 

▲ 조재원 디자이너

 

‘Day&Night’3단으로 되어 있지만 다른 작품들처럼 무한대 확장이 가능한 조명이다. 공간에 따라 얼마든지 복제되거나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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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IHI 함혜주 | 천 가지 색을 위한 조명

 

▲ 이드(id) | 850(W)×255(D)×240(H) | 월넛, 아크릴, 특수필름 

 

나는 천 개의 면을 가진 보석으로 어떤 빛과 어둠이 내려도, 어떤 풍경 속에 놓이더라도 단단하게 제 색을 뿜는 존재이고 싶었다. 이제 나는 도저히 합을 이룰 수 없는 천 개의 분열로 어떤 면도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함혜주 작가는 조명을 제작하기 전, 10년 째 쓰고 있는 일기장을 펼쳤다. 다채로운 색을 뿜는 함혜주 작가의 ‘id’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목공을 시작하기 훨씬 전에 쓴 일기에서 조명’, ‘조각이라는 단어를 함께 붙들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작품을 통해 그동안 어설프게 쌓아놓은 자아를 한 꺼풀 벗기고, 조금더 밑으로 내려가 잃었던 면들을, 색들을 찾는 과정을 탐구했다

 

프레임을 짜고 여섯 가지 크기로 재단한 나무조각들을 즉흥적으로 이어 붙이고, 전체 형태가 잡힌 후에는 세 번, 탄화와 식히는 과정을 반복했다. 까맣게 태운 내면에서 찾아낸 빛이 최대한 화려해지도록 특수필름을 입힌 아크릴을 프레임에 붙였다. 전기를 연결하고 순종적인 줄로만 알았던 빛이 역동적으로 퍼지는 순간만큼은 그녀의 오래된 고민은 해결된다.

 

▲ 함혜주 디자이너

 

이 조명은 보통의 조명처럼 높이 달려서 화려한 색을 벽에 흩뿌리는 것도 좋겠지만 위에 달리지 않고, 카페나 바의 아주 커다란 테이블 바로 위, 눈높이와 비슷한 높이에 달려서 우리의 얼굴을 천 가지 색으로 스칠 때 그 진가가 발휘될 것 같다. 이 펜던트는 전구의 보조자가 아니라 전구를 잠식하고 적극적으로 공간을 연출하는 매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드문드문 어둠은 남았다. 작은 탄화 조각들이 조명의 프레임을 이루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그런 어두움 때문에 우리가 빛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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