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Moon Saloon: 빌딩숲 속 오두막

Architecture / 김은지 기자 / 2018-04-12 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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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과 빌딩 사이, 오두막을 닮은 작고 영리한 공간이 있다.

 

핑크 문 살롱(Pink Moon Saloon)은 호주 애들레이드의 리 스트릿에 위치해 있다. 워낙 작은 공간이라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지 않으면, 건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빌딩과 빌딩 사이,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는 넓고 건물을 짓기에는 좁은 이 골목은 그동안 각종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 마을 전체를 불쾌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토지 소유주가 공간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냥 둘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와중에 다른 건물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던 현재 건축주가 이곳에 레스토랑 겸 바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빌딩숲에서 살아남는 방법


핑크 문 살롱의 전체 콘셉트는 황량한 초원의 오두막이다. 오두막은 지리적 혹은 기후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건축 구조를 제대로 세우기 어려운 곳에 최소한의 집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간소하게 지어진 건물이다. 황야, 고산지대, 숲 속 등 인적이 드문 곳에 많이 있고, 대체로 특이한 기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다. 

 

디자인을 맡은 산스-아르크 스튜디오(Sans-Arc Studio)는 오두막이 지어지는 배경에 집중했다. 빌딩숲 속에 지어진 건물들은 황야나 고산지대 못지않은 기후적인 특이성을 가진다. 바로, 해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개의 건물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좁고 긴 공간이 생기고, 건물 높이에 따라 그늘이 지기 때문에 햇빛을 바로 받지 못한다. 

 

당연히 지층의 공간들은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협소주택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천창을 내거나개폐식 지붕을 다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핑크 문 살롱 역시 처음에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개폐식 지붕을 계획했다. 해가 있을 때에는 지붕을 열어 놓고 밤이 되거나 비가 오면 지붕을 닫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과 외관상의 문제를 포함하여 여러모로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고심 끝에 택한 방법은 독특하게도 공간을 분리하고 마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 마당이라고?


핑크 문 살롱은 앞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개의 건물이다. 앞 건물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바, 뒤쪽의 건물은 식당으로, 비슷한 사이즈의 건물을 앞뒤로 만들고 가운데 마당을 두었다. 이 마당이 신의 한 수였다. 일단 양쪽 건물로 빛을 끌어와 일조권을 확보한다. 

 

만약 마당 없이 지붕으로 건물이 이어져 있었다고 상상해보자. 건물은 좁을 뿐 아니라 길다. 당연히 고르게 해를 받지 못하므로 해가 뜨고 지는 방향에 따라 오전에는 앞쪽만, 오후에는 뒤쪽만 빛이 들어올 것이다. 산스-아르크 스튜디오는 과감하게 공간의 중앙에 마당을 만듦으로써 해를 받는 면을 두 군데 더 늘렸다. 그렇게 분리된 건물은 각각 양쪽에서 빛을 받아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저녁에는 두 건물의 조명이 마당으로 빛을 비추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또한 마당은 두 건물 사이에서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이어주기도 한다. 건축주는 식당과 바를 겸하는 공간을 의뢰하면서 밥을 먹는 공간과 술을 마시는 공간이 뒤섞여 애매해지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중앙의 마당은 각 공간의 역할을 완전히 분리하며, 기능에 맞는 인테리어를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사이사이의 문턱을 넘으면서 세 개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당에 할애하느라 더욱 좁아진 공간 면적은 지붕을 높이고 경사진 각도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보완했다. 삼각형의 구조로 높게 올라간 지붕은 양 쪽 건물의 창문을 막지 않으면서도 건물 전체의 볼륨을 두드러지게 하여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지워주었다. 

 


상상을 재현하다


건축 설계를 맡은 산스-아르크 스튜디오는 호주 애들레이드에 본사를 둔 젊은 건축 스튜디오로, 끊임없이 공간과 건물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심하고, 하나의 콘셉트가 정해진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이 질문을던진다. 이들의 네 번째 프로젝트였던 핑크 문 살롱은 건축 방식뿐만 아니라 재료를 선택할 때에도 오두막 건축의 원리를 고수했다. 

 

오두막은 주로 자재를 운반할 수 없는 지역에 세워지므로 나무, 흙, 짚 등 그지역 고유의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작업 역시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와 인테리어모두 스포티드 검(Spotted Gum), 태즈메이니아 오크(Tasmanian Oak), 유칼리나무(Ironbark) 등 호주산 목재를 주로 사용했고, 일부 사용된 돌과 흙은 애들레이드 주변 지역에서 찾았다. 

 

그 외 철강 등의 다른재료는 최대한 사용을 제한하고, 히말라야 산맥에 세워진 오두막들의 기묘한 컬러 조합에서 영감을 얻어포인트를 줬다. 요소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덕에 그들이 처음 상상했던 빌딩숲 속의 오두막은 성공적으로 재현되었다.

 


 

어떤 건축은 그냥 건축물로 서 있지만, 또 어떤 건축은 우리의 기분과 행동, 분위기와 생각, 삶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산스-아르크 스튜디오는 후자로 남기 위해 다섯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들이 또 어떤 상상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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