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치로 재구성한 영국 전원주택 '올드 베어허스트'

Architecture / 육상수 기자 / 2018-05-22 21: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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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삶과 현대건축의 요소를 잘 조화시킨 재건축 베어허스트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런던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전도유망한 건축가 더건 모리스가 켄트 지방의 시골집 증축을 완공했다. 무분별하게 보수되었던 곳들은 상당 부분 제거하되, 원래 건물의 특징적인 건축적 유산은 그대로 유지한 채 증축한 것이다. 새로 지어진 부분은 기존의 건물 구조를 심사숙고한 후 그와 대조를 이루도록 설계된 것으로, 상대적으로 복합적 형태를 지닌 저층의 목재 건물들이다.

 

접근방식 자체가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었으나, 증축된 결과물을 보면 기존의 다른 농가 건물들처럼 유기적으로 발생한 듯 보이는 집합건물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건물의 내부에는 현대인 가족이 현대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화사한 공간이 제공되면서도 전통적 요소 또한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공간이 창출되었다.

 

 


사실 증축의 출발점은 개조된 헛간과 그에 딸린 홉 건조장 두 채로 구성되어 있는 ‘가옥’이었다. 이 건물들은 전통 맥주에 들어가는 필수 성분인 홉(hop)을 건조하는 용도로 쓰이던 건물들이었다. 지붕이 원뿔형이고 꼭대기는 고깔 형태인 원형의 건물들은 켄트 지방 풍경의 특징적인 부분을 이룬다. 이번 증축 건물의 경우, 100여 년 전 본래의 농장 건물이 화재로 인해 무너진 후 당시 주인이 헛간과 건조장을 가정집으로 개조하고 군데군데 추가로 보수했던 건물이다. 홉 건조장의 형태가 여전히 남아있기는 했지만 창문 모양은 조화롭지 못했다. 게다가 외형상 교외의 벽돌집처럼 보였기에 헛간으로서의 특징도 거의 잃어버렸었다. 건물 내부 또한 공간이 넓은데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다. 추가적으로 보수된 구조물들도 미관상 좋지 못했다.


더건 모리스와 공동 창립자인 조 모리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본래의 건물에 뭔가 열정적인 불꽃을 점화시키고 싶었습니다. 구조적인 역동성이 부여되길 원한 거지요.” 새로운 건물은 휴게실과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기에서부터 오른편 모퉁이로 주방이 이어지고, 다시 오른편으로는 놀이방, 체육관 및 숨겨진 차고가 있고 위층에는 침실이 있는 공간으로 연결된다. 지하 차고와 같은 부분은 이곳의 경사진 지형을 적극 활용한 예다. 또한 홉 건조장 건물의 원뿔형 지붕 윗부분이 가려지지 않도록 건물의 높이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는 비록 최근에 증축된 부분들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신축 건물로 보일지라도, 홉 건조장의 지붕만큼은 언제나 그래왔듯 지역 풍경의 주인공이 되도록 배려했음을 뜻한다.


증축을 의뢰한 건축주는 이 지역의 도급업자 및 기술자와 일하고 싶어했고 또 단열 판넬도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원했다. 이것은 단열재로 속을 채운 목재 판넬로 구성된 프리 패브리케이션의 형태로서, 정확성만큼은 보장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재단되고 현장 설치도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복 요소가 많은 큰 규모의 건물에 더 적합한 재료다. 이 건물의 경우 반복되는 요소가 거의 드문 데다 사실 단열판넬이 적합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았기에, 건축가는 단열 판넬과 구조용 콘크리트, 구조용 강재를 혼합해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모리스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말하자면 순종은 아닌 셈이지요. 모든 요소를 혼합한 건축물이에요.”

 

 


그럼에도 최종 완성된 건물에서는 어떤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엄격한 규칙 하에 재료들을 의도적으로 제한하여 활용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건축가가 사소한 부분에까지 철저히 공을 들인 결실이다. 지반과 지하층은 모두 콘크리트로, 지상 층은 목재로 하되 벽돌로 지어진 구 건물은 내버려 두었다. 기존의 건물은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군더더기를 말끔히 제거했으며, 창문들은 좀더 규칙적인 리듬을 타게끔 새로 달았다. 1층과 처마 사이의 부분은 오크 껍질을 사용해 수평으로 감쌌다. 이는 시골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톱으로 자른 목재로 만들어져 나무껍질의 가장자리가 남아 있으며 가장자리 어두운 부분과 어우러져 불규칙적인 선이 형성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증축건물의 완만하게 경사진 지붕과 벽면에 쓰인 외부 목재는 수평보다는 수직으로 뻗어 있어 딱딱하게 가공한 나무를 썼다. 이 목재는 고온건조 방식으로 생산된 플라토우드(Platowood)로 수분 함량을 최대한 낮추어 내구성과 치수 안정성을 강화한 목재이며 수종으로는 가문비나무 썼다. 모리스는 “우리는 직선형의 결을 좋아해서요.”라고 말했다. 이 목재는 처리과정에서 어두운 색이 되지만 햇빛에 의해 변색되면 회색으로 변한다.


건축가는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변색이 되지 않을 부분은 반드시 목재가 아닌 다른 재료, 예컨대 양극산화처리된 알루미늄과 같은 재료를 덮도록 신경을 썼다. 이런 방식을 통해 외부 목재의 색감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도록 했다.

 


건축가는 외장을 세심하게 세분화하여, 습기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기둥과 지붕 목재들에 마구리가 보이지 않는 이음으로 마감했다. 빗물이 목재 표면에 흐르지 않도록 내부에 홈통과 배수관을 넉넉하게 마련해 놓았다. 건물 주변을 둘러싼 자갈 수로는 목재의 아래쪽에 물이 튀거나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차고 문 외부의 목재는 매우 효과적인 치장 방법이다. 괜히 과장되게 표현한 차고 입구에 비해 외관상 오히려 나아 보인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건축가는 각 부분의 위치를 매우 세심하게 계산하여, 자투리 판자 조각이 전혀 남지 않게끔 했다. 낮은 곳의 콘크리트는 판자와 같은 결을 갖고 있는데 이는 목재 판자와 줄을 맞춘 것으로 건물에 조화미를 더한다.

 

 


건물 내부에는 목재를 풍부하게 사용했는데, 내부 역시 각 부분이 어울리도록 했다. 이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주방이다. 주방의 찬장은 흔치 않은 유럽산 오크로 만들어진 베니어합판으로 덮었고 계단 역시 같은 오크를 사용했다. 계단은 우아하면서도 견고한 구조물로서 광택 나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붕 떠오른 것처럼 보인다. 의뢰인은 베니어합판의 결이 살아있기를 원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아주 얇은 합판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의뢰인은 목재의 옹이를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싶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께가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두꺼워야 했다. 보통의 두께를 지닌 합판이라면 옹이가 쉬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주방 찬장에 쓰인 목재합판은 놀이방 안으로 이어지는데, 놀이방에서는 판 위에 칠판페인트를 칠하여 그 위에 글씨 쓰고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나중에 어린아이들이 낙서를 하고 놀 때 다른 벽이 아닌 이곳 벽면에서만 하라는 바람에서다.


기존 건물의 창문들과 창문에 달린 셔터에도 역시 유러피안 오크를 썼으나, 새로 지은 건물의 창에는 매우 가느다란 알루미늄을 써서 바깥 풍경에 정교한 액자를 두른 듯 보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야말로 이 건물의 크나큰 묘미 중 하나다. 건축가는 최종 설계를 확정하기 전에 무수한 모델을 만든 다음, 시선을 돌렸을 때 가옥의 전반적인 형태가 눈에 들어오고 다시 창을 통해 내다봤을 때 정원이나 야생화 목초지가 시야에 들어오도록 의도했는데, 이것이 바로 건축가가 이 프로젝트가 시작하면서 건축주에게 명시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거실과 휴게실은 난로를 공유하도록 만들어 건축주가 난로를 통해 다른 방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건축의 설계와 각 단면도가 복잡했을 텐데도, 건축자재를 철저히 활용한 데다 섬세한 손길까지 더해져서 이 집은 일관성과 조화로움을 두루 갖춘 건축물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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