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가족이 되는 집, 공방 나무모아

Interior / 육상수 기자 / 2018-05-02 23: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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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업이 공고히 살아 움직이는 공방 나무모아. 우리에게 실용 가구를 전하는 그들은 어떻게 사는지 찾아가 보았다.

 

30대 중반의 김현동·김보라 부부가 운영하는 가구공방 나무모아는 그 역사가 제법 깊다. 중견 가구 회사를 떠난 아버지 김춘근(65세) 대표가 90년대 초반, 과천에 공방을 차렸고 그 상호를 아들 현동 씨가 고스란히 물려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부친은 경기도 양지 근처에 공방에서 여전히 교육과 작업을 병해하고 있다.


공방의 역사 

 

▲ 거실의 오크 테이블

 

공방 초기 시절 홈페이지 아르바이트 생으로 나무모아를 찾은 보라 씨는 끝내 이 집 아들의 아내가 되어 두 딸 민솔(7세), 소민(4세)을 낳았고 현재는 가구 디자인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보라 씨가 나무모아의 며느리가 된 것은 짐작컨대 부친의 눈에 먼저 들어서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쾌활하고 적극적인 업무 태도가 시아버지뿐 아니라 결국 그 곁을 어슬렁대던 현동 씨라고 못 보았을 리 없었으리라. 그렇게 가족은 이루어졌고 30년의 긴 시간을 맞은 가구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가 과천의 산기슭에 자리한 빌라 3층에 이사한 이 부부의 집을 찾은 날, 부부는 업무도 포기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마치 가게의 가구를 전부 옮겨 놓은 듯 원목가구들이 거실과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목수의 집이라고 해서 당연하다 느낄지 모르지만 그보다 어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딸아이를 위한 배려였음을 곧 알게 되었다.


90년대 나무모아는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수제 맞춤가구가 드문 때에 가성비가 뛰어난 실용적 가구들을 주변뿐만 아니라 먼 곳에까지 입소문을 타 많은 고객들이 찾았다고 한다.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부친 김춘근의 만듦새가 남달랐으리라 예상된다. 지금의 디자인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자연의 가족

 

원목가구로 가득한 큰딸 민솔의 방. 민솔이는 공작에 매우 뛰어난 소질을 가졌다.

 

28평형 빌라의 거실 식탁과 의자가 방문객의 시선을 유도한다. 오크의 순한 결로 가족의 식사와 대화를 감당하는 식탁은 네식구의 사용과 거실 공간에 적합한 사이즈다. 가장자리는 곡선으로 처리해 아이들의 무방비 동선에 대비했다. 창가의 수납장도 단순하면서도 단단하게 제작돼 나무모아의 정서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또 거실장과 텔레비전이 있어야할 곳에는 낮은 의자와 화병을 이고 있는 탁자가 이 집의 인테리어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공간은 바로 큰방이다. 보통 큰 방은 부부가 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큰딸 민솔이에게 내주었다. 유아 때부터 자율과 창의, 전인적 체험 중심의 발더로프 교육을 받은 민솔이가 그 감성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이 부부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방이다.

 

  

▲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연결됐고 가구는 간결하게 배치되었다. 

목수 부부는 이 방의 모든 가구를 7세 여아의 눈높이와 체형에 맞게끔 제작했고, 놀이 소품도 모두 나무로 만들어 두었다. 이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민솔이가 자기 방에 들어가 곧바로 한 일이 바로 공예 작업이었는데, 손놀림과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무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어린이 나무공작소였다. 할아버지와 부모가 가구를 만든다는 이유로 한정하기에는 민솔이의 수공예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스레 스스로 몸에 익은 일상이었다. 민솔이가 허락한다면 가구공방 3대 시대를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가성비가뛰어난 가구

 

나무모아의 가구는 제품 가격의 거품을 빼기위해 매우 단순한 공정으로 만든다. 공정이 단순하려면 소비자가 가장 민감해 하는 가격 적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성 가구든 주문 제작이든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가구는 자칫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깊숙이 개입되기 쉽다. 그러다보면 아내 김보라의 말처럼, 보기는 좋은데 ‘누가 쓰는 거지’라는 소비자의 지적을 받기 쉽다. 아트퍼니처라 불리는 작가 중심의 가구도 있어야겠지만, 사용자 중심의 가구가 대부분의 시장에서 그것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해석없이 만들어진 가구가 의외로 많다는 게 수제가구의 사실임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목재의 원가에서부터 공정의 효율을 가진 나무모아의 가구는 디자인에서부터 가격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눈높이에 잘 맞춘 제품들이라 할 수 있다.

 

▲ 나무모아의 가구는 심플하고 단단해 경제성이 뚜어나다.

 나무모아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아내 김보라는 주부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이 생활제품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공방에서 만들어진 가구는 집에서 실전을 거쳐 보완과 재수정을 통해 좀 더 완결한 제품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주거 평수의 대부분은 평균 32평 이하다. 가구는 사용자의 공간과 삶을 먹고 사는 도구라고 할 때 적정한 사이즈에서부터 가격에 이르기까지 고민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32평 아파트 주방에 길이 1800mm의 식탁과 의자가 들어서는 순간 주방의 동선은 사라진다. 식탁과 탁자의 기능이 융·복합되어(?) 결국 식탁은 주방을 떠나 거실에 안착되는데, 과연 기능상으로 이게 맞나 의심해봐야 한다.

 

큰 침대로 꽉 찬 중간 방과 잘 정리된 뒷방 역시 목가구로 가득하다. 4식구가 살아가기에 적정한 28평 공간은 ‘나무모아’ 브랜딩처럼 시작과 끝이 목가구로 다 모인다. 하지만 이 부부는 이것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 더 좋은 가구를 만들고 판매도 더 잘 해야 한다. 또 두 딸을 위해 흙이 밟히는 나무로 지은 집에 살고 싶다고 한다.

 

▲ 침대방도 목재로 채웠다.

선친으로부터 운명적으로 물려받은 가구 만드는 일은 이들 부부에게 불변의 직업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로 잘 살아가는 것은 가족의 꿈이 하나로 모아져 실현되는 것이다. 하루하루 나무를 잘 모으다보면 자연스레 그 꿈이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큰 딸 민솔이의 뛰어난 공예 감각에서 그 예감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글 육상수 | 사진 우드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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