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으로 완성한 '디자인 체어 7선'... 디자이너의 일상에서 찾은 모티프로 탄생

서바름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0 14: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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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게 영감이란 난제를 풀어내기 위한 힌트다. 작업을 위해 의도적으로 영감을 찾는 순간도 있지만 불현 듯 찾아오는 때도 있기 마련이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 같은 순간을 가구로 완성한 디자이너 8인의 독특한 의자를 소개한다.


1. 김보연 가구디자이너_ <움직이는 시선과 비틀어진 의자>



자작나무 합판을 겹겹이 접목해 비틀어진 모습으로 완성된 의자는 김보연 작가의 ‘프레스 체어(Press Chair)’이다. 정형화된 의자의 형태를 3D 모델링으로 만들고 합판 두께에 맞춰 레이어(Layer)를 분해했다. 분해된 레이어는 보는 위치에 따라 새로운 각도로 비틀어져 보인다. 작가는 가구를 보는 관찰자의 시각이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게 유도하며 변화하는 레이어의 형태를 인지하도록 했다. 위치에 따라 변형되는 우연적인 느낌은 보는 이의 시각적 긴장은 물론 변화하는 형태에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2. 크리스티안 린드하르트 노하브_ <오징어를 닮은 열 개의 다리>

 

 

심플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에 유머와 위트를 담아내는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코펜하겐 출신의 디자이너다. 그의 의자 ‘Sepii’는 이름에서도 말해주듯 오징어의 모습을 닮았다. 열 개의 의자 다리 중 실제로 바닥에 닿아 의자의 중심을 지탱하는 다리는 세 개뿐이다. 나머지 일곱 개의 다리는 공중을 부양한다. 그는 물속의 오징어가 헤엄을 칠 때 역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추진하는 다리는 오직 두 개인고 나머지 다리는 물속에서 흐느적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3. 바딤 키바르딘_ <깊은 숲속에서의 휴식>


영국 디자인 매거진 월페이퍼(Wallpaper)에서 ‘세계를 바꿀 디자이너 40인’의 리스트에 꼽히기도 했던 러시아 출신 디자이너 바딤 키바르딘(Vadim Kibardin)의 작품이다. 깊은 숲속의 우거진 산림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했는데, 서로 다른 길이의 나무 원형 막대 374개를 의자의 형태로 이어 붙였다. 우거진 산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쭉쭉 뻗은 나무의 줄기가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숲의 평온함에 휩싸인다. 그처럼 그의 의자 깊숙이 앉으면 마치 숲속 나무의 둘러싸여 휴식을 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4. 알렉산더 러빅_ <가장 편안한 바늘방석>



원형 막대가 사선으로 꽂힌 모습의 의자는 스톡홀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러빅(Alexander Lervik)의 작품이다. 언뜻 보기에는 고문을 하는 바늘 방석 같지만 몸이 닿는 의자의 표면은 사람의 바디라인 굴곡에 딱 맞아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필리핀을 여행하던 알렉산더 러빅은 거센 비를 맞닥뜨렸는데 지면에 비스듬히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에 영감을 받았단다. 의자의 하부는 강철 튜브 관으로 제작되었고 애쉬 원형 막대를 튜브 관에 꽂아 완성했다.

 

 

5. 이삼웅 가구디자이너_ <점이 나아간 흔적의 조형>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변적인 조형 요소는 점과 선이다. 한 점에서 시작되어 뻗어나가는 수많은 점들은 선이라는 움직임의 흔적을 남긴다. 이삼웅 작가는 종이 위에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선으로 그려나갔고, 그렇게 그려진 선이 무의식의 선과 만나 하나의 조형물의 형태로 완성됐다. 그렇게 탄생한 ‘Stick Chair2’는 마치 참아내지 못한 욕망이 자제심을 잃고 뻗어나가듯 제멋대로 각재들이 삐쭉빼쭉 솟아 있다.

 

6. 김은학 가구디자이너_ <전체가 된 일부>



이 의자는 김은학 작가의 인컴플리트 시리즈 중 하나로 기존 사물의 일부분을 차용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전체를 만드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모티프는 다른 가구의 다리였다. 주변의 테이블이나 의자의 저마다 다른 다리 모양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고, 다른 가구의 다리 일부를 자르고 쌓고 이어 붙여 인컴플리트 체어를 완성했다. 기존 사물의 일부가 새로운 전체가 되고, 지금의 전체가 언젠가는 다시 변형된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의자는 언제나 미완이다.


7. Fajno_ <강아지 의자>



독특한 발상과 따뜻한 감성으로 가구를 디자인하는 벨로루시의 디자인 그룹 Fajno는 애완동물과 함께 자라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의자 더그(DOG)를 선보였다. 강아지의 앉아있는 모습과 꼭 닮은 더그는 아이 방에 놓아두면 아이 전용 의자인 동시에 아이의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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