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나무에게 삶의 이치를 배우는 <목수의 인문학>... 나무로 고전을 이해하다

서바름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0 15: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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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병희는 시인을 꿈꾸던 문학도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인류학에 관심이 많았 그는 동북아시아의 신화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 유학을 떠났다. 7년간의 긴 공부를 마치고 촉망받는 인문학자로 귀국한 그가 찾아간 곳은 어느 대학의 강단도, 연구실도 아닌 작은 목공방이었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추측은 빗나갔다. 저자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다’라는 담백한 대답을 하며 너무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목수의 길을 걷겠노라 마음먹었다. <목수의 인문학>은 인문학자와 목수, 두 세계의 접점에 사는 저자가 목공을 통해 깨달은 인생의 이치를 고전을 통해 풀어낸 책이다.

 


빠르게 자라면서도 단단한 나무가 없듯이 사람도 시련 없이 단번에 성큼 성장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 했다. 또 자투리 목재가 유용한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걸 보면서 우리네 삶의 조각에도 허투루 버릴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목공이 그에게 가르쳐준 세상 이치는 저자가 삶의 고비마다 펼쳐보는 고전 속 문장들의 가르침과 닮아있었다. 톱질 한 번을 할 때도 결에 대한 이해와 정성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은 『대학』이 가르쳐준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을 떠올리게 했고,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사실은 ‘흐르는 물은 구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나아갈 수 없다’는 『맹자』의 가르침과 상통했다.


이처럼 3막 18장으로 구성된 <목수의 인문학>에서는 목재와 공구, 마감재를 소재로 일상적인 순간을 통찰한다. 나무를 통해 고전의 의미를 친근하게 전달하는 이 책은 목공을 시작하는 이에게는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고 오래도록 목수의 길을 걸어온 이에게는 지나온 삶의 감흥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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