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아티스트 최혜숙, 견고한 인식 체계에 도전하는 유리공예의 최전선

아트 / 육상수 칼럼니스트 / 2020-07-08 0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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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유물. Relic Purse, 32W 18D 40H cm, Glass, Kilnformed, Screenprinted, 2015

 

 

유리는 규사, 석회석, 납석 등의 광물을 고온의 열을 가해 용도와 형태를 이룬다. 유리 제품의 일반적 인식은 다채로운 색감과 자유로운 형태,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다루기가 조심스럽고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한 정서의 사물이다.

유리 제품에 대한 대중 시장의 보편적 인식은 차치하더라도 현대공예의 한 측면에서도 다른 장르에 비해 작가층 또한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생활 공예와 아트 영역을 넘나드는 유리공예 아티스트 최혜숙의 존재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혜숙은 유리의 물성을 파고들어 그 속성을 직시하고 한 시대의 낯선 인식을 강렬하게 전하는 작가로 거듭나고 있다.
 

▲ 미래의유물. Relic High Heels1, 18D 8D 15H cm, Glass, mixed media, Kilnformed (Pate-de-verre), 2016

▲ 미래의유물. 30W 20D 40H cm, Glass, glass fine frit, Kilnformed, 2019

 

▲ 미래의유물. Relic Shopping Bag, 19W 8D 23H cm, Glass, mixed media, Kilnformed (Pate-de-verre), 2016

 

명품 루이비통, 샤넬 등은 현대 여성들에게 극치의 사물이면서 영원무궁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최혜숙의 작업 ‘미래의 유산’ 시리즈는 불변의 명품을 불완전한 상징물로 치환한다. 그 저항의 정점에는 유리 재료의 물성이 한몫하고 있다.

작가는 의식의 재구성으로 한 시대의 견고한 문화성에 시비를 따져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 그에 다른 오류를 재구성하려는 작가주의 태도는 유리의 사회성을 부각시켰다.

영원성에 대한 최혜숙의 내밀한 의심은, 결국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 사회의 오만함과 부조리에 경종을 울린다. 또한 예술과 현대공예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공예의 예술성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 'X-ray purse', 46W 1D 36H cm, Glass, Screen-printed, kilnformed, 2016

 

▲ 'The 21c version of Portrait of a Beauty', 36W 1D 51H cm, Glass, Screen-printed, Kilnformed, 2016


최혜숙 작가 미니 인터뷰

- 도예를 전공했는데 유리공예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 도자와 유리를 융합한 작업을 하면서도 유리의 투명한 물성과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 빛을 굴절, 투과 등 유리 소재가 지닌 물성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어 유리에 더 집중하게 됐다.

- 어떻게 공부했나.
: 대학과 동대학원 졸업 후 2년 동안 유리작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유리 소재를 설치·조형 등의 개념적 작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결심하였고 5년 뒤 2017년 여름, 한국에 돌아와 현재까지 유리를 소재로 오브제부터 상품 등 다양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 오방색에서 영감을 받아 비정형의 형태로 제작한 잔


▲ Balloon, 10W 5D 10H cm, Cast glass, 2016


- 작업을 보면 기물과 오브제로 나뉜다. 작업의 과정과 해석의 방법이 각각 다를 거 같다.
: 오브제 작업은 유리 소재가 지닌 물성 자체에 중점을 두어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는 편이다. 기물 작업으로는 주로 유리잔을 제작하고 있으며 작업 공정이 많고 상품이기 때문에 손이 훨씬 많이 간다.

- 작가적 관점에서 유리는 어떤 재료인가.
: 유리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지만 유리의 성질을 잘 파악하고 많은 테스트와 작업을 할수록 참 매력적인 소재다. 광택이 있고 색감이 다채로워 아름답지만 반면에 거칠고 매트한 물성을 가지고 있어 작가에게 표현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최상의 재료라고 생각한다. 물론 흙처럼 직접 손으로 빚어서 만들지 못하는 제한성은 있지만 가마에서 열과 불로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설레고 재미있다.

- 작품 중 ‘미래의 유산’은 인류 문명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 같은데.
: ‘먼 미래에 다시 21세기를 돌이켜본다면 현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은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소비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면의 미가 아닌 외적인 미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인 핸드백, 하이힐, 향수 등이다. 명품도 하나의 물건에 불과하며 사라질 수 있는 사실 그 자체를 미래의 유산으로 설정한 것이다.


▲ 미래의유물. Relic Perfume Bottle, 15W 10D 25H cm, Cast Glass, Flameworked, 2019

 

- 한국과 미국에서 유리공예를 공부했다. 교육의 차이점이라면.
: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도 유리공예 석사를 공부했다. 학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대학원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과 미국 정말 달랐다. 우선 미국은 교수와 학생 간의 작업에 대한 토론이 일대일 면담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비평을 할 때에는 각자의 의견과 상대방의 작업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을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또한 대학원생들은 타전공자들을 위한 전공 수업을 대학원생들이 가르친다. 나도 타 전공자들에게 유리 수업을 가르치면서 스스로에게도 공부가 되었고 무엇보다 유리의 매력을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즐거웠다. (하하) 물론 그들 또한 유리의 매력에 빠졌다.

- 미국 유학에서 특별히 도움이 됐거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 유리 소재를 편견없이 사용해 쓰임의 공예는 물론 작가의 주제를 전달하게 했다. 또 타 전공 수업을 필수로 이수하면서 메탈, 우드워킹 수업을 들었고, 다양한 소재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특별히 좋았던 것 같다.

-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 트렌드를 쫓지 말고 궁금한 건 직접 경험, 실험을 거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보라고 한다. 또한 정답을 미리 알려고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특히 요즈음 공예시장에서 눈에 띄는 현상인 트렌드를 쫓는 것과 개성이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 것은 지양하라고 한다.  

 

▲ The Power of Beauty, 33W 10D 46H cm, Cast Glass, Screenprinted, kilnformed, blown, 2015

 

▲ virtual image, 30.5W 20D 17H cm, Cast glass, 2014

 

- 한국의 유리공예 현실은 어떤 상황인가.
: 전시도 적고 작업실 만드는 것도 다른 공예 분야에 비하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묵묵히 작업에 몰두하는 유리 작가들이 많다, 정부의 지원으로 재단 같은 시설이 생기면 작가들의 입장에서 큰 지원이 될 것 같다.

- 대중에게 유리공예에 대한 이해를 부탁한다면.
: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소재로 인식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작업물도 많다. 식기류 외에도 오브제, 조명, 아트월, 예술작품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유리는 투명, 불투명, 광택, 무광택, 가벼움, 무거움 등 여러 가지 물성을 지닌 소재이어서 그 발전성이 무궁무진하다. 좀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싶다.

 

· 최혜숙 : 200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유리과와 동대학 일반대학원 도예과를 석사 졸업 후 미국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유리전공 석사를 마쳤다. 국내외 7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도예유리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유리공예의 실험적 예술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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