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나 모니터 화면이 고장 나서 화면이 깨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의인화된 사물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딘가 도망가거나 비밀스럽게 무언가를 덮치려는 듯, 애니메이션의 역동적인 캐릭터처럼 살아 있는 물체 같다.
김보연의 가구는 뒤틀리고 찢어지거나 어딘가 모양이 이상하다. 수평과 수직이 맞는 각이 살아 있는 형태가 아니다. 얇은 나무 판을 조금씩 어긋나게 이어 붙여 곡선을 띈다. 다소 딱딱하고 무게감이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가구가 평소와는 다른 뉘앙스를 품고 있다.
원래 가구는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으면서 안정감과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것인데 그녀는 전혀 다른 관점과 시각적 새로움을 준다. 비틀어진 의자에 인간을 대입하면 가구를 보는 재미는 배가 된다. 기존의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사물은 또 따른 디자인이 되고 전혀 새로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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