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박스 안에서 서로 수작하다... Switch Box in House

오예슬 기자 / 기사승인 : 2022-11-17 01: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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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된 콘크리트 주택 한가운데 신기한 나무 박스가 하나 들어앉았다. 이 박스 안에 나 있는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다 보면 서로 통하지 않는 방이 없다. 주택 안에 있는 모든 공간은 이 나무 박스 안에서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과연 어떤 집일까 궁금하다.

 

리모델링을 담당한 일본의 건축 사무소 나프 아키텍트 앤 디자인(Naf Architect & Design)은 그럭저럭 살 만한 주택에 ‘스위치 박스(Switch Box)’를 설치함으로써 본래 주택이 가지고 있었던 특징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한층 되살렸다. 리모델링 전 이 집은 각각 다른 용도로 쓰이는 방이 많았던 만큼 스위치 박스의 존재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스위치 박스가 뭔가. ‘각 동작의 전환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도록 스위치 종류를 하나의 패널에 통합한 것’을 뜻하지 않는가. 이를 집 구조에 적용시켜 풀어보면 각 방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하나로 모아 각기 다른 방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그 동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바로 집 중앙에 설치한 나무 박스, 스위치 박스다.

공간과 동선이 만드는 하모니  



정확히 말하면 집 속에 또 다른 집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집 안에 복합 시설을 갖춘 또 다른 집을 지은 것이다. 다양한 목적을 가진 공간들을 하나의 복합 시설로 통합해 스위치 박스로 구현했다. 큰 홀과 같은 이 나무 박스는 건축주의 아내가 운영하는 척추 치료 클리닉으로 통하는 출입구로 연결되며, 부부를 위한 침실로도 통하고, 그런가 하면 집의 입구와 위층에 있는 거실과도 연결된다. 그리고 반지하에 자리 잡은 노래방으로도 이어진다.

스위치 박스로부터 각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마치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전기 배선을 보는 듯하다. 그 전기 배선은 꼬임 없이 전류를 잘 통과시켜 하나의 기계로 비유할 수 있는 스위치 박스를 원활하게 운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기 배선 상자 프로젝트’ 자체가 리모델링 콘셉트이자 프로젝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동선이 포인트라고 해서 동선에만 치우쳐 공간이 갖춰야 할 다른 요소를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위치 박스 안 공간의 위치와 넓이는 동선과 동선 사이에 생기는 또 다른 공간과의 관계를 계산해 설계되었다. 따라서 스위치 박스의 재료인 데크 목재는 이 집 안에 있는 여러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데크 목재는 또 박스 벽 전체에 여백의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2층부터 지하실까지 느슨한 공간적 연속성을 구현한다. 박스 벽 사이 공간은 사람이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면서도 목소리는 들릴 만큼의 공간이다. 때문에 각자의 사생활도 보호받을 수 있다.

튼튼한 목재가 선물하는 한가로운 일상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는 공간으로 재단장할 것을 원했던 건축주는 집 안에 또 다른 집을 마련함으로써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부차적으로 원했던 노래방과 히로시마식 데판야끼(식탁에 설치하는 고기 굽는 철판)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건축주의 바람은 또 있었는데, 더 밝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의 집은 다소 칙칙한 분위기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치 박스 가장 윗부분에 큰 공간을 내 박스 아래층까지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스위치 박스 위치를 선정할 때부터 햇빛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여러모로 고려했다. 이 주택에는 원래 높고 경사진 천장 아래에 큰 창이 달려 있어 그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스위치 박스 안으로 들어오기에 충분했다. 따로 정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가족이 스위치 박스 위층에서 야외에 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햇볕을 느낄 수 있는 스위치 박스 위층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다. 빨래도 말릴 수 있고 화초를 기를 수도 있다. 그 위에 눕거나 앉아서 일광욕을 해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다. 데크 목재 사이 공간을 이용해 그림은 물론 옷걸이와 관엽식물도 어디에든 걸 수 있다. 데크 목재 위에서 뭘 하든, 목재 사이에 뭘 걸든 여전히 데크 목재는 튼튼하게 버티고 서있다. 이러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신경 쓴 것이 두툼하고 견고한 목재를 사용하는 일이었다. 레드 마호가니(유칼립투스)와 열대기후성 하드우드(JPE), 울린(Ulin)과 같이 내구성이 좋은 튼튼한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스위치 박스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전체 예산 중 좋은 목재를 고르는 데 많은 비중을 두었다.

리모델링 전 이 집은 우리가 흔히 부동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집에 불과했다. 하지만 집 안에 또 다른 집을 지음으로써 집 구조에서 오는 다양한 이점을 활용해 새로운 생활환경을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공간과 동선의 조화를 바탕으로, 실내에서 꾸리는 삶의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을 발견한 것이 스위치 박스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프로젝트명 스위치 박스 인 하우스(Switch Box in House)
위치 도쿄 수기나미구(區)
분류 단독주택
구조 목조
최대높이 8.859m
부지면적 71.51㎡
건축용적 12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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