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축] <Hooke Park Big Shed>, 실험정신이 곧 창의다

Ruth Slavid 리포터 / 기사승인 : 2022-04-05 11: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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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을 위한 학생들의 현장
실험적 방법에 의한 목구조 시험
환경과 접목한 목조건축

 

최근 완공된 영국 시골 한복판의 후크 공원의 건물이 특별한 건 단지 외관과 기능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조사 과정 및 표준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후크 공원은 담장이 둘러 쳐진 비교적 소규모의 삼림구역으로, 중세시대부터 사냥터로 쓰이던 곳이다. 2001년부터는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학교인 런던의 AA(Architectural Association)학교가 소유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의 작품 대부분은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측면도 있지만 작업 기술에 대한 흥미도 대단하다.

학생들을 위한 최적의 목조건축의 시험장 

 

 


후크 공원은 AA가 소유하기 전까지는 ‘존 메이크피스’라는 유명한 가구 회사가 운영했다. 이 회사는 학생들이 천연 재료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목재가구 제작법을 배울 수 있는 삼림산업학교를 세우려 계획했다. 결국 이 계획은 실패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미 있는 3동의 건축이 지어졌다.

그중 두 건물은 영국 사무소 ABK와 함께 작업한 독일 건축가 프라이 오토가 설계한 것이다. 이 건물들은 세 면이 돌출되어 있는 작업장 건물이었는데, 오토의 만하임 그리드쉘에 지극한 경의를 표한 건물이자 전형적인 주거용 건물로 지금은 식당으로 쓰이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에드워드 컬리넌 아키텍츠가 웨스트민스터 홀을 설계했는데, 지붕에 잔디를 입힌 구조물을 나무들 사이에 세운, 16인용 취침공간을 갖춘 건물이다. 후에 이것은 12명의 학생과 교사로 구성된 AA학교 방문팀에게 이상적인 건물이 되었다.

AA학교의 학생들이 맨 처음 맞닥뜨린 난제는 그 부지에서 무슨 작업을 하느냐였다. 그저 몇 번 방문만 해 보고 작업장과 야외 공간을 활용하자는 것은 충분치 않았다. 현재 미국 남부에서 루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앤드류 프리어가 후크 공원에 사무실을 차려 엘레나 바르텔과 함께 작업 계획을 세우며 1년을 보내는 가운데 변화의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다음으로 AA 학생들은 런던 본교 바깥에 있는 베드포드 스퀘어에 세울 별관 시리즈를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목재 수입사 핀포레스트와 협력했다. 작업의 대부분은 아럽 사의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는 마틴 셀프의 감독 하에 후크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뒤이어 마틴 셀프가 후크 공원 운영자로 임명되었고, 새 건물의 설계 및 작업 프로그램의 감독으로도 임명되었다.

Part II 이후 과정을 수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1년 4개월 동안 진행된다. 첫 번째 반이 2010년 9월에 시작되었는데, 사실은 도쿄 출신의 노조미 나카바야시라는 학생 한 명밖에 없었다. 2011년 9월에 시작된 코스에는 학생 8명이 등록했다. 재학 중인 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나카바야시는 ‘빅 쉐드’라 불리는 첫 새 건물의 설계안을 개발시켰다. 거기에서 학생들은 새 건물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도 제공받고 쉼터도 제공받는다.

현장의 환경과 접목하는 목조건축 



건축의 소재는 이 구역의 구 건물들처럼 통목을 사용했는데 이유는 이전과 다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이후에 다시 조성한 삼림구역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풍미했던 간벌목재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고가의 자재를 폭넓게 썼던 옛 프로젝트들의 풍부한 소재는 불가능했다.

옛 프로젝트의 건물들은 소나무를 사용했지만 새로운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최근 공급이 넘치는 낙엽송을 사용했다. 이 수종은 갑작스레 죽은 오크의 대체물로 사용되면서 낙엽송의 수림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의 낙엽송은 후크 공원에서 자체 공급받았고 나머지는 롱리트에서 가져왔다.

이 통목은 기계적 성질이 탁월하고 가공 공정이 적게 든다는 점 때문에 많이 쓰인다. 학생들이 껍질만 벗기면 된다. 비슷한 이유로 이 목재는 생목 상태로 쓰였는데, 이는 후크 공원에 건조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면을 사선으로 잘라 낸듯한 형태인데 이는 그 부지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나카야바시는 “여기에서 생활해보면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북쪽으로 난 커다란 창이 도입부의 느낌을 살려주며 (안타깝게도 예산의 제약 때문에 통유리창은 모두 폴리카보네이트로 교체했다.) 서쪽 창을 통해서는 숲과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창 위의 캔틸레버 구조물은 흡연자 혹은 그저 경치를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외부 보호구역이 되었다. 동쪽으로 뚫린 널찍한 입구는 거센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여할을 하고 있다.

사방이 막혀 있는 기능적 건물이었던 구 작업장과 달리 빅 쉐드는 단순한 휴게소라 편의시설도 없고 단열처리도 하지 않았다. 입구는 영구적으로 열려 있으며, 미국삼나무와 골이 난 금속으로 처리한 외장은 완벽한 방수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건물이 결코 원시적인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입체 뼈대를 세우는 작업부터 시작했는데, 구조공학을 담당한 아틀리에 원은 연속 트러스로 발전했다. 애초에 나카바야시가 추구한 것은 입체 뼈대에서 규칙성과 반복성을 배제하고자 한 것이었지만, 그녀 말에 의하면 “트러스 덕분에 작업이 훨씬 나아졌다. 내 직감에 의하면 외부가 깎은 면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입체 뼈대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고 한다. 트러스 모두에 둥근 목재를 쓰면서 표현력이 발전했다. 단, 사이사이의 버팀대는 톱으로 자른 목재를 썼다.

실험적 방법에 의한 목구조 시험


 

 

이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는 강철을 되도록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장 복잡한 연결부위에는 얇은 판들을 쓰긴 했지만, 그 외에는 Heco 나사를 사용한 혁신적인 방식의 연결장치를 만들었다. 마틴 셀프는 “진일보한 방법이었다. 이만한 규모의 건물을 짓는 데 그런 유형의 고정 장치를 사용한 경우는 거의 찾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나사들은 나사를 조이는 동안 지그(jig)를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목재들이 하나로 묶여지도록 잡아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현장의 팀원들은 그 나사들이 통나무에 방사상으로 위치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목재가 마르고 줄어들면서 불가피하게 틈이 벌어지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짓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낙엽송의 탄닌에 의한 부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사 몇 개를 제거하자(부식은 되지 않았다.) 나사들이 서로 충돌해 나사산을 벗겨낸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그를 여럿 사용해 나사들을 아주 정확히 위치시킬 필요가 있었다. 석사 과정의 작업반장인 피어스 테일러는 “강철로 제작한 들보를 사용했더라면 훨씬 빨랐겠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것도 교육과정의 일부이므로 실수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단순한 교육 경험 이상의 성과물이다. 이곳의 도입부 역할을 하는 건물이 되었는데 이는 예전에는 결여되었던 기능이며, 또 다른 쉼터를 지을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용이하게 해주기도 했다. 이미 다음 학생 팀이 여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경비원용 오두막이다.

향후 수년에 걸친 일련의 프로젝트들이 계획 중에 있는데, 학생들이 계산과 건축 과정에서 외부의 도움을 덜 받아도 되게끔 건축 규모는 빅 쉐드보다 작은 것들이다. 이 같은 직접경험으로서의 건축 과정에서 학생들이 손수 구해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크 공원의 목재들은 특별한 자원과 환경이 되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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