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방식, 예술로 큐레이션하다...《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 전

편집부 / 기사승인 : 2025-06-20 11:01:38
  • -
  • +
  • 인쇄
메타포서울과 모리함 공동기획
예술을 사유하고 바라보는 방식 재구성
조형작가 유태근, 사진작가 김제원 신작 선보

 

사라진 것들은 정말로 사라진 것일까.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감각되는 것들,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을 예술은 어떻게 포착하고 담아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 《봄: 머무는 자리, 남겨진 시간》에 많은 관객이 방문하고 있다.

존재하고 기억하며, 사라진 것들이 우리 곁에 머무는 방식을 사유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 성찰적 기능과 일상의 아름다움으로 연결해 온 문화예술 기획사 메타포서울과 한국 전통 표구의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을 실현하는 모리함이 공동 기획했다. 전시는 ‘기억’과 ‘부재’를 핵심 키워드로 삼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히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기억의 속성을 시각예술로 풀어낸다.

사진작가 김제원은 정지된 이미지 안에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포착하며, 존재했던 것들의 잔상을 담으며, 지나간 장면들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상업의 틀을 넘어 순수한 아름다움과 기억의 깊이를 전하는 사진을 통해, 그는 사진의 본질적 역할을 묻는다.  

  

▲  조형작가 유태근 전통적 오브제인 ‘함(函)’

 

▲  사진작가 김제원의 '잔상'에 대한 이미지

 

한편, 도예와 회화를 넘나드는 조형작가 유태근은 전통적 오브제인 ‘함(函)’을 통해 물리적으로는 비워졌으나 여전히 감정과 의미가 머무는 공간을 제안한다. 혼례함, 예물함, 유골함 등 삶의 전환점마다 등장하는 ‘함’은 단순한 보관의 도구가 아니라, 관계와 시간, 사라진 존재를 감각적으로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두 작가의 매체는 다르지만, 작업은 모두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작동한다.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이 두 매체는 모두 사라진 것들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며, 감각과 시간, 기억과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순히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어떻게 구성하고 지속시킬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전시는 기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감각을 통해 능동적으로 큐레이션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술이 기억을 다루는 방식은 결국 우리가 삶을 어떻게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기도 하다.

 

▲ 전시 오프닝 행사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또 어떻게 기억할지를 함께 사유하는 자리”라며,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모리함 전시관 2, 3층에서 열리고 있다.

 

(글, 사진제공 메타포)

 

[저작권자ⓒ 우드플래닛.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D

관련기사

갤러리 담 <김우영 사진전>...한옥 목구조의 기하학적 구성을 드러낸 프레임2025.05.12
주목 받는 룩셈부르크 출신 작가, ‘프레데릭 앤더슨’ 개인전…직관적 드로잉과 정교한 색감의 추상 세계2025.06.14
박미화의 예술...낙하(落下)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2025.06.18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