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거장 35인을 만나다

전상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4 12: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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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상 수상한 건축가들의 작품과 말

 

 

단게 겐조, I. M. 페이, 요른 웃손, 자크 에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베이징 국가 경기장을 설계한 건축들의 이름이다. 각 시대와 국가를 대표하는 이 건축들과 건축가들을 한 권의 책, <건축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의 프리츠커 가문이 소유한 호텔 그룹 하얏트 재단이 1979년 제정한 이 상은 특정한 건축 작품이 아니라 그 건축가의 생애 동안 축적된 탁월한 업적에 대해 시상해왔다. “건축 작품에 재능과 비전, 헌신의 요소를 담고 이를 통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공헌을 한 건축가를 기리기 위한 것”이 시상의 목적이다.

 

▲  프랭크 게리의 미국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아름답게 돛이 펄럭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외부는 금속으로, 자연친화적 콘셉트의 내부는 미송 등의 목재로 꾸몄다. ©Roland Halbe


늘 위대한 건축물 앞에 서면 건축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곤 한다. 단순히 짐작하고 상상하는 게 답답했던 우리에게 이 책은 친절하게도 건축가들이 직접 한 이야기들을 모아 들려준다. 지난 30년 동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이 강연이나 책, 인터뷰 등에서 한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들이 시대와 역사,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어떻게 건축으로 해석해내는지 살펴볼 수 있다.

2010년 수상자인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를 시작으로 책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1979년 1회 수상자인 필립 존슨까지 총 35명을 소개한다. 현대 건축을 이끈 거장들의 건축관을 읽으며 건축사의 흐름도 느낄 수 있다. “건축은 예술이다,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필립 존슨과 “나는 건축이 실용적인 예술임을 믿는다. 예술이 되기 위해서 건축물은 필요의 토대 위에 지어져야 한다”고 말한 I. M. 페이, “지속가능함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리처드 로저스 그리고 “나는 모든 건물이 일정한 온도를 가진다고 믿는다”고 말한 페터 춤토르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의 말과 건축물 속에서 그 시대의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각 건축가들의 말을 읽는 게 조금 버겁다면 그냥 사진으로 보며 느끼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나는 내 건축물이 나를 대신해서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한 고든 번샤프트의 말처럼 말이다. 방대한 양의 건축 사진들을 넘기다보면 어느덧 거장들과 함께 세계건축여행을 다니며 대화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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