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예술의 만남
대자연을 담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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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은 햄록 각재로 '나무의 숲'을 일군 인테리어. 원래 미송은 미국에서 수입된 소나무라고 해서 햄록, 더글라스퍼(Douglas fir), 스프러스(Spruce)를 모두 미송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햄록과 더글러스퍼와 스프러스는 서로 다른 수종이다. 요사이 시중에서는 더글라스퍼는 더글라스, 스프러스는 스프러스, 햄록만이 미송으로 부르고 있다. 북미에 가면 서부햄록과 동부햄록이 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햄록은 주로 서부햄록이다. 서부햄록이 동부햄록보다 품질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 천연림에서 자란 햄록은 수고가 45m정도 되고 흉고지름이 60~90㎝에 이르며 수령은 100년을 넘어선다. |
나무로 이뤄진 기호의 숲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나무와 나무가 형용하는 색깔로 이뤄진 별의 정원. 그 이외의 것들은 감탄사나 느낌을 조달하는 신경세포의 한 부분으로만 각인될 뿐, 미각의 한 중심에 뿌리를 내린 공간은 잔을 채운 듯 꽉 들어찬 낭만과 젊음의 열기가 남실거리고 있었다. 여기는 당신이 찾던 그곳, W 행성이다.
W 서울 워커힐의 매력은 나무에 있다. 통성명을 나눌 것도 없이 ‘나무(Namu)’ 그 자체가 이름인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섰다. 미인이란 그런 것이다. 요모조모 살펴보고 분석할 것도 없는 본능적 아름다움. 여기에 품격마저 더하니 이번 유혹은 취향을 넘어선다. W의 나무는 왜 그의 이름이 ‘나무’인지 따져 물을 것도 없이 만인의 여인이 된다.
햄록의 숲에서 맛을 찾다
나무 레스토랑의 기호는 미송과의 캐나다산 햄록(hemlock)으로 연결되어 있다. 햄록을 천정에 매달아 모빌처럼 연출한 아이디어가 이채롭다. 휘슬러(Whistler) 숲의 바람이 느껴진다. 원통형의 막대가 서로 몸 부비며 서걱인다. 곧 스콜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천장 아래 피할 곳이라곤 햄록 아래 숨어드는 일이다. 곧 멋진 만찬이 시작된다.
햄록의 세계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무게 중심을 아래로 두면서도 무리 없이 디자인을 가져가는 것도 미송과의 소프트 우드가 가진 장점이다. 미송의 종류에는 크게 ‘스프러스’, ‘햄록’, ‘더글라스 퍼’로 나눌 수 있으나 이중 가장 가치 있는 목재를 꼽자면 단연 햄록이다.
심재는 매우 옅은 갈색기가 감도는 황백색이며, 더 짙은 색의 추재 때문에 흔히 연륜에 의한 자주색 선 모양의 뚜렷한 문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에서는 이를 흔히 ‘딱지가 내려앉았다’고 표현하고, ‘검(Gum)’이라 부르기도 한다. 침엽수 내부에 쌓인 각종 추출물이 굳은 것이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햄록 특유의 나뭇결이 선명하니 말이다. 레스토랑 ‘나무’에서는 옹이가 없는 무절 하이그레이드(최상위 목재 등급을 일컫는 말)가 쓰였다. 자세히 살피니 휘어진 각재가 몇몇 눈에 들어온다. 숙성 부족이 원인이기에 부분 교체로 쉽게 해결될 일이다.
W호텔 ‘나무’는 모던 일식 스타일을 선보이는 163 좌석 규모의 재패니즈 레스토랑이다. 이미 여타 레스토랑 취재 과정에서 보아왔듯이 미송류의 기능과 가장 들어맞는 요리가 일식이다. 특유의 항균, 향취 기능은 요리의 품격을 더하는 데 일조한다. 웰빙과 스타일을 기본 콘셉트로 내세운 ‘나무’의 감각과도 맞아떨어지는 선택이다.
내부 설계는 뉴욕의 건축 스튜디오 가이아(Gaia), 홍콩 RAD의 애론 탄, 뉴욕의 토니치. 이들은 다소 무겁고 정중한 전통적 호텔 개념을 파괴하고 도시적인 감성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극적인 공간과 색감을 전관에 걸쳐 완성했다는 게 홍보담당자의 설명이다.
스튜디오 가이아 창업자인 일란 와이스브로드(Ilan Waisbrod)는 텔아비브 대학에서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수학하고 폴리테크니코 드 밀라노 건축 대학(Politecnico di Milano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가구와 조명, 상품(product)과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 경력을 쌓아 1995년 스튜디오 가이아를 설립하였다. 스튜디오 가이아의 작품에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국제적인 미를 불어넣고자 이스라엘, 인도, 일본, 우루과이, 캐나다, 미국 등 6개국으로부터 인재를 모아 창조적인 디자인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적인 협업 분위기를 만들고자 직급을 모두 없애는 파격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의 오스카 레스토랑, 록펠러 센터의 케네쓰 콜 본점, 23, 마이클 조던의 레스토랑, 제스트 레스토랑, 인터컨티넨탈, 라스베가스의 닐라 레스토랑 등이 있다.
W는 순수한 ‘나무’ 그 자체
세계적 호텔 리조트 그룹인 스타우드사의 아시아 최초의 W호텔 브랜드는 디자인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들의 손에 의해 완성됐다. 여기에 협력자로 등장하는 것이 한국의 작가 군과 몇몇 기업들이다. <천장 얼룩 줄이 있는 목재, 페인팅 유리(리빙룸), 가구 라운지 체어(스튜디오 가이야 디자인 / 펠리체로시), 바스툴(모로소), 타토(발레리 이탈리아) 조명 와이어볼 조명(카텔라니 앤 스미스), 나무 레스토랑 목재 자문(유림목재)>
메인 홀 좌측으로 가벽으로 나뉜 독립공간이 꾸며져 있다. W호텔의 가장 큰 매력은 남향으로 펼쳐지는 한강 조망이다. 그래서 창 크기를 과감하게 가져간다. 대신 햇빛 부서지는 구석구석 오브제를 담아 선명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복도 끝으로 크란츠(Kraz, 리스)가 보인다. 주로 독일 플로리스트(마에스트로)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크란츠가 의미하는 것은 승리의 월계관이다. 또한, 여성에게는 순결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부의 화관에 쓰이는 디자인이다.
인공의 건축물에 자연이 놓인 자리는 경이롭다. 워커힐이 가지는 위상은 정복자의 입장에서 오르고 싶은 영토이다. 누군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그래서 더욱 순결한 의미를 가지는지 모른다. 크란츠의 의미는 워커힐과 닮아있다. 워커힐(Walkerhill)은 초대 주한 미8군 사령관인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에서부터 유래하였다고 하지만, 이건 순전히 아차산 자락 워커힐의 지리적 위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바닥을 살피니 후로링(flooring) 자재가 쓰였다. 원목 후로링은 보통 야외나 옥외에 사용되는 용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원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내에서도 사용된다. 편백이나 시드 계열 원목이 많이 쓰이지만 레스토랑 바닥은 브러시 작업을 한 오크목을 썼다. 또 기둥과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는 5mm 두께의 원목 합판으로 마감 처리했다.
이제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을 시간이다. 햄록의 비를 맞으며, 메인 바를 둘러싼 거대한 원형 테이블을 살핀다. 네 개의 원판을 집성해 붙인 후 칠을 더해 하나의 통목 느낌을 선사한다. 목재의 원형은 조명을 타고 아크릴 판에 투영된다. W가 말하는 감각적 인테리어란 정체되고 고여 있는 분위기가 아닌 변화무상한 것이다. 보고 듣는 이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기억되는 감성. 스포티한 느낌마저도 고급스러운 것은 석식을 준비하는 요리사의 액션에서도 매력적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로비 층을 구성하는 또 다른 레스토랑 ‘키친(Kitchen)’으로 향할 시간이다.
대자연을 모두 담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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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효 조각가의 나무 작품 |
W서울 워커힐은 뉴욕의 미디어 아트 갤러리인 ‘비트폼 갤러리’, 캐나다의 팜보이 파인 아트, 엣킨 핏제럴드 스튜디오, 조각가 이재효 등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감상의 차원을 넘어 선 상호 교감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자 노력한 W의 의지의 표현이다. 로비에 설치된 나무 거울(The Wooden Mirror),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스크린 거울’, 레스토랑 '키친'의 레인드롭(Raindrop) 조형물도 노력의 결실이다.
레스토랑 ‘키친’이 주장하는 인테리어는 이재효 조각가와 한강이다. 그 이상의 것이 있다면 어디 내놓으라는 식으로 삼면의 창은 생동감 넘치는 한강의 모습을 생생하게 연출하고 있다. 또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은 이재효의 작품에 숨을 불어넣는다. 늦은 점심때지만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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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효 작가의 조각품과 창을 통해 보이는 한강 풍경은 ‘키친’의 공간적 가치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 놓았다 |
창의성이 돋보이는 정통 홈스타일을 표방하는 키친의 컨셉은 ‘Home Away From Home’이다. 편안한 가정집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문화와 맛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122개 좌석을 갖춘 '키친'은 격식을 버리면서도 고급스러운 컨트리하우스를 연상케 한다.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조각품인 '메이즈(Maze)'는 밤나무 원목으로 만든 예술품이다.
화이트 톤의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인테리어는 특별한 장식 없이 한강을 조망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가 주는 혜택, 제아무리 고급 가구를 들이고 실내장식을 한다고 해도 이만한 구경거리가 또 있을까. 자연 그 자체가 인테리어인 키친은 그래서 꾸미기보다는 쓸데없는 장식을 버리는 작업에 더욱 치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받아들이는 창 한쪽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선 조각가의 작품도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W 호텔의 W는 Welcome을 의미하며 Welcome desk, Wishes, W store, Whatever Whenever 등 W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W는 따뜻하고(Warm), 멋지고(Wonderful), 위트 있는(Witty)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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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에 설치된 나무 거울(The wooden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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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플로리스트 마에스트로의 감성이 느껴지는 자연 디스플레이가 공간의 품격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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