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건축물에서 보지 못했던 인상적인 표정 부여
CNC Milling Machine을 통해 구조체 조각
건축 설계에도 첨단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영화뿐 아니라 건축 또한 컴퓨터를 통해 건축 언어를 진일보시키고 있다. 다양한 시도와 완성도 높은 디테일이 가능한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 이탈리
아 모데나에서 열린 캔덜라브럼 워크숍을 통해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파라메트릭, 건축에 등장한 첨단 도구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란 디자인 설계 시 각 디자인 요소가 연관성을 갖게 한 다음 그것을 알고리즘화하여, 어떤 특정한 변수값을 변경했을 때 그 변화에 따라 디자인 요소들의 모델링이 업데이트되는 진보적인 컴퓨터 디자인이다.
여기 공들여 만든 도면(디자인 안)이 있다고 치자. 만약 변덕쟁이(?) 고객이 시시때때마다 이런저런 수정을 요구한다면, 그때마다 디자인 안을 고치고 도면을 업데이트해야 하므로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로 파라메트릭 툴을 이용하면 알고리즘을 간단하게 수정할 수 있고, 그만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 또한 완성된 알고리즘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재사용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건축물에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인상적인 표정을 부여한다. 디자인 합작회사인 아럽 스포츠(Arup Sports)가 참여한 북경 올림픽 경기장과 수영장을 비롯해, 알엠제이엠 아키텍츠(RMJM Architects)가 설계한 아부다비 캐피탈 게이트 타워 역시 파라메트릭디자인을 기반으로 구축된 건축물이다.
그들이 함께한 모데나의 일주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한국 출신의 건축디자이너 7인을 비롯해 독일 목수 1인이 참여한 워크숍이 지난 달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에서 일주일간 열렸다. 이름 하여‘Candelabrum 2.0 Workshop’. 이들은 워크 숍 기간 동안 이스탄불 건축 페스티벌에 출품할 목구조 파빌리온을 함께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완성 단계까지 컴퓨터 툴을 이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통해 진행됐다. 컴퓨터 3D 프로그램인 Rhino 소프트웨어의 플러그인 Grasshopper가 사용되었으며, 최종 디자인 안이 낙점되기까지 총 100개의 시안이 연구되었다. 이러한 시안들은 파라메트릭 디자인 기법에서 다양한 변수를 적용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었다.
촛대로 만들어진 파빌리온
파빌리온은 수많은 나무 버팀대가 복잡한 구조체를 형성하고, 그 받침대를 모아주는 조인트 부분 가운데에 촛불을 놓아 밤에 불을 켜면 거대한 촛대가 완성되는 프로젝트이다. 이 파빌리온의 모든 구조는 컴퓨터로 해석되었으며, CNC Milling Machine을 통해 구조체들이 조각되었다. 이는 나무 판을 기계에 넣고 CAD 기반 데이터를 전송한 후 드릴로 깎아 각 구조체의 조각을 얻는 방법이다.
재료에는 총 45㎡의 합판이 사용되었으며, CNC기계는 6km 거리의 가공 드릴 작업이 바탕이 됐다. 결국 전체적으로 800개의 구조체가 제작되었는데 이는 200개의 조인트(촛불)와 600개의 버팀대로 구성되었다.
목공소에서 제작된 800개의 조각들은 1:1 실제 제작을 위해 모데나 카스테베트로(Castevetro)의 한 와인농장에서 조립됐다. 디지털 기법을 적용했기에 각각의 구조체가 어디에 위치하고 어느 조인트로 연결되는지 실시간으로 컴퓨터에서 체크가 가능해 거대한 파빌리온이 단 하루 만에 완성될 수 있었다.
파빌리온은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형태를 단순한 구조 형태로 풀어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목구조물에 있어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철저한 구조 계산이다. 이 프로젝트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목재 건축의 유용한 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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