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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ise-lounge-honduras-rosewood |
당신을 목수라고 불러도 좋은가?
목수보다는 가구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목수는 가구 디자이너와 다르다. 목수는 보통 빌딩을 짓거나 계단을 만드는데, 작게는 100mm에서 크게는 3m 이상 되는 공차(公差, 허용 오차)를 다룬다. 반면에 가구 디자이너는 단독으로 작업을 하며, 1~3mm 정도의 공차를 다룬다. 아주 섬세한 작업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가구 디자이너가 되었나?
처음에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 후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 제작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원형으로 된 작품을 만들어 친구나 건축가에게 팔았다. 하나씩 만들고 팔고 하면서 저절로 자연스럽게 가구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있었다.
내가 가구 제작을 시작하던 초기인 70~80년대에는 아무런 롤 모델이 없었다. 그래서 자생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에겐 ‘산업’이라는 범주가 필요 없었다. 그래서 기계로 생산하기보다는 직접 만들고 마케팅을 하며 판매까지 모두 스스로 했다.
또한 내가 순수미술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그것이 다소 방종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거리를 두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가구 디자이너가 되는 것도 그러한 방법 중 하나였다. 결국 가구를 만들어서 팔고 가게를 열고 하는 그 모든 과정이 198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대안적 운동의 흐름 속에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가구 디자이너는 디자인 후 제작뿐 아니라 어떻게 마케팅을 하여 팔 것인지 모든 과정을 알아야 한다. 물론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섭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 과정을 겪어봐야 내가 어떤 부분에 가장 취약한지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위임할 수 있다. 어떤 일을 알고 맡기는 것과 모르고 맡기는 것은 천지 차다. 누군가에게 정확히 위임할 수 있으려면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디테일이 약해서 아내가 회계를 관리하면서 도와준다.
우리 워크숍의 웹사이트가 있는데 나는 웹사이트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모든 세부 사항을 상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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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azy-Dave |
당신은 산업화된 방식을 거부하는가?
나는 산업화와 반대 방식으로 작업장을 운영한다. 산업화된 공장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제조할 뿐이지만, 나는 인간을 위해 만든다. 이 둘은 태도에 있어서 전혀 다르다. 당신에게 느낌과 감동을 주고, 인간의 몸을 감싸는 의자 같은 가구는 산업적인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누군가 당신이 만든 가구를 살 때 이 행위는 매우 중요한 개념을 내포한다. 당신의 가구에 담긴 이상과 가치 때문에 가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무엇을 가장 어려워하는가?
학생들은 6개월 동안 기술을 배우는데 스스로 무엇을 말할 것인지를 가장 어려워한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힘들어한다. 이 의자는 어떤 방식을 사용해 제작해야 하고, 어떤 모습으로 완성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당신의 가구 디자인은 인체의 곡선을 닮았다.
그것은 인체가 보편적인 은유(metaphor)이기 때문이다. 많은 아티스트의 목표는 반향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인간의 형태는 강력한 은유가 된다. 특히 의자는 오직 인간에게만 중요한 물건이며, 그래서 우리는 의자와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보통 나는 근본적이고 원시적인 상태의 풍경, 자연, 바다 등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다. 인간과 더 맞닿아 있는, 더 가까이 있는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인간은 모두 같은 경험을 한다. 일출을 볼 때나 아이의 손을 잡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또 슬픔과 사랑 같은 감정을 공통적으로 경험한다. 우리는 인간애 안에서 기능하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인간이 사용하는 가구를 통해서 그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가구는 어떤 기준이 충족되어야 하는가?
매우 기본적인 것이 충족되어야 한다. 테이블이면 그 위에서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의자라면 앉아서 편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후에 더 복잡한 것으로 간다. 이 이미지는 무엇에 관해 말하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이는 잠재의식의 한 부분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잠재의식은 쉽게 지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언어는 이 부분을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하지만 잠재의식이야말로 창조적 생각의 뿌리이고, 여기에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무를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항상 흥미롭다. 다양한 종의 나무를 다룰 수 있고, 나무의 구조가 보여주는 각자의 다른 개성이 모두 다르다. 플라스틱이나 메탈과는 다르게 나무는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내가 나무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룰 때 어렵고 도전이 필요하지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경험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
작품마다 여러 가지 방식을 따른다. 보통 드로잉 스케치에서 시작해서 디테일 드로잉을 하고, 수공업자가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다. 혹은 작은 모델을 만든 후 실제 가구를 만들고 내가 그 후에 마무리 작업을 한다. 또 다른 방식은 전체 사이즈를 만들어서 다듬는 방식이다. 우리 작업장에서는 각자 역할을 나눠 작업하고 있다. 나는 주로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정확하고 정교한 작업을 담당한다.
작업 스타일에 특징이 있다면?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진화적인 방식과 위험을 동반하는 방식이다. 우선 나의 많은 작품은 진화적이다. 첫 번째 의자, 두 번째 의자, 세 번째 의자가 하나씩 만들어지는데 각각의 의자는 다른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의자가 처음에 원했던 형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부분은 창조적인 만들기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창조적 생각의 원천이 되지만 안전하게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잘되면 좋겠지만 실패는 언제든 할 수 있고, 실패하면 또 만들면 된다.
갈라진 나무로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매우 흥미롭다. 나무의 속성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
산업적인 제작은 너무 지겹다. 그래서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만들고 싶었기에 나무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테이블을 만들었다. 우리는 나무를 다룰 때 경계가 어느 지점인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거기에 맞게 다룬다. 어렵기는 하지만 나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면 전문가가 된다. 특히 제작할 때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무의 한계를 모르게 된다. 이 점이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아직 나무에 대해 진정한 이해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나무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
형태, 음영, 나이테 등을 통해 나무의 종 자체를 잘 보여준다. 디자이너에게는 자아(ego) 가 있어 우리 자신이 더 먼저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무를 어떻게 하려고 하기보다 그 자체가 가진 핵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나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나무의 특성을 통해 편하고 느낌 있는 가구를 만들며 내가 사는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하고 싶다.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가?
배나무와 체리나무 같은 과일나무를 좋아한다 가 좋다. 이들이 가진 색깔과 형태, 나이테가 보여주는 우아함을 좋아한다.
앞으로 어떤 가구를 만들 계획인가?
바로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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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새비지(David savage) 가구 디자이너로 무려 35년 이상 일해 온 최고의 장인이다. 1960년대 후반 영국 옥스퍼드대 학과 왕립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면서 조형 감각을 익혔다. 그 후 런던의 한 작업장에서 캐비닛 만드는 법을 배우며 가구 제작의 핵심과 환경을 이해했다. 현재 아틀리에에서 가구 학교를 운영하며 마스터 장인들을 키워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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