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건축물을 10여 년 동안 방문하며 그 현장을 기록한 탐방기인 <집을, 순례하다>의 연장선상이다. “건축주란 인간들은 최악이야. 내게 있어 유일하게 훌륭한 건축주는 나 자신뿐이지!”
20세기 건축가 필립 존슨의 촌철살인 한마디. 건축가 자신이 집의 주인이니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건축주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는데다, 건축가로서의 이상과 기술, 감각을 아낌없이 쏟아 부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탐방은 시작됐다. ‘훌륭한 건축주’가 되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 건축가의 자택이라면 분명 특별한 매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라도 뭔가 다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네덜란드, 대만 등 세계 각지에 세워진 24채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폐선 직전의 낡은 페리를 개조해 주택 겸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페리보트 하우스’, 잡탕 찌개를 담는 냄비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 정보가 모였다 흩어지는 ‘푸foo 하우스’, 동물의 보금자리를 떠올리게 하는‘중심이 있는 집’등 일반 주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건축가이기도 한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이들의 자택을 일일이 방문해 동료 건축가로서, 또 한 집의 거주자로서 다각도로 구석구석 집의 안과 밖을 살펴보았다. 덕분에 단순히 건축학적인 측면의 딱딱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와 그 가족의 일상생활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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