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의 귀환...모든 길은 파티오로 통한다

송은정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5 15: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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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한 오래된 세탁소가 젊은 세대의 가족을 위한 홈스튜디오로 변신했다. 파티오하우스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리모델링 작업의 흥미로운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보여준다. 건축가 Carles Enrich에게 이곳은 죽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일상이 시작될 새로운 가능성의 자리다.

벽이 허물어진 공간



파티오하우스를 깊숙이 들여다보기에 앞서, 스페인식 정원 ‘파티오(Patio)’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우리의 안뜰과 닮은 이 공간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일반적인 정원의 모습과는 다르다. 건물 내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거주자가 공동으로 사용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셈이다. 파티오하우스는 좁고 긴 형태의 주거 공간과 파티오라는 정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때문에 어느 자리에 서 있든 우리의 시선이 파티오와 마주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파티오하우스의 반전 매력이 드러난다. 놀랍게도 이 집에는 공간을 구획하는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광과 통풍을 방해했던 모든 장애물을 과감히 없앴다. 대형 옷장을 놓아 벽 대신 공간을 임의로 구분시킨 것이 전부다. 결국, 이 집의 유일한 닫힌 공간은 화장실뿐이다.

파티오의 변화무쌍한 활약 



일직선 방향의 복도식 구조인 파티오하우스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취침, 식사, 공부 등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주거 공간과 야외 정원인 파티오, 낡은 창고를 개조한 스튜디오 작업실이 차례로 줄지어 있다. 이때 파티오는 정원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주거 공간과 작업실 사이의 중간지점에 위치함으로써 일과 여가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돕는다.

또한,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좁은 평수의 집은 천장이 개방되어 있는 파티오라는 실외 공간을 통해 숨통이 트인다. 덩굴식물이 타고 자랄 수 있도록 한 천장 구조물을 설치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자연스럽게 마련했다.



지하도 아닌, 2층도 아닌

주거 공간은 지상을 기준으로 아주 높지도, 또 낮지도 않은 높이의 다락과 아래층으로 설계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7개의 철근 기둥으로 받쳐져 있는 다락은 마치 공중정원처럼 지상에서 붕 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3센티미터 두께의 나무로 된 계단을 설치해 1층 복도와 연결했다. 따라서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침실로 쓰이는 다락의 아늑함이 유지된다.



다시 1층에서 세 계단 아래로 이어지는 반지하 공간은 흡사 유적지 발굴 현장처럼 직사각형으로 파여 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1층 복도에서 아래층으로 떨어지는 빈 벽면에 설치한 나무 수납장이다. 이는 옷장으로 쓰임과 동시에 개별 공간으로서의 독립성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파티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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