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주택, 위트 있고 담백한 가족의 안식처

전상희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3 17: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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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식상한 편견을 깨트리는 집이 있다. 빽빽한 아파트 숲을 등지고 낯선 형태로 지은 10년 전에 지어진 이 집은 보는 각도마다 모양과 소재가 다르다. 독창적 설계가 돋보이는 이 집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았다.

 

위트 있고 모던한 주택이다. 주차장과도 연결되고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면서 2층 외부와 연결되는 마당이 1층의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오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모던한 감각이 돋보인다. 공간은 원목의 색감과 하얀 색 벽으로만 이루어져있다. 깔끔하면서 차분하고 경쾌하면서 안정적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공간은 갈림길이다. 왼쪽으로는 침실과 욕실 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오른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특이한 점은 침실이 일반적인 2층 주택과 달리 1층에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생활공간과 부엌공간은 모두 2층으로 올려 보내고 최소한의 공간으로 부부가 잘 수 있는 면적으로만 1층에 방을 만들었다.

 

 


1층은 시끄러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 점도 외부와 맞닿는 벽 쪽으로 복도를 내면서 해결했다. 소음과 단열 차원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다. 독특하면서 실용적인 이 집을 지은 이는 디아건축의 정현아 건축가이다. ‘평창동 주택’으로 20008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그는 ‘용인 주택’을 지으며 당연하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어질 당시엔 주변에 다른 주택들이 없었지만 계속해서 개발이 진행될 흥덕지구에 집이 위치한 까닭이었다.

“도시로부터 외부 공간을 규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당시엔 바깥으로 열린 공간이지만 차차 주변 건물이 들어섬에 따라 내향적인 공간으로 변할 수 있어야 했거든요. 주변 건물들이 들어선 이후에도 일조와 조망이 유지되는 2층에 거실을 놓고 1층엔 침실을 놓아 기단처럼 사용했죠.”

쉽고 경제적인 하이브리드 주택의 가능성

집의 구성 뿐 아니라 구조면에서도 색다르다. 1층은 철근콘크리트조로, 2층은 목구조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는 구법과 재료 단계에서부터 차이를 두어 침실의 다소 폐쇄적 성격은 콘크리트조의 단단함으로, 거실의 개방적인 성격은 목조의 가벼운 조립식 구조 방식으로 표현해 기능의 명확한 구분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다만 국내 주택의 습식공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상층 바닥까지는 철근콘크리트구조를 반영하였다.

 

 

 

 

 


이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고요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1층과 전혀 다른, 경쾌하고 밝은 거실공간이 나타난다. 넓은 창을 통해 초록색 잔디가 깔린 정원과 줄맞춰 심어놓은 파, 상추, 고추 등이 내려다보인다. 개발지구의 특성상 여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답답하고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데 거실을 후퇴시켜 공간적, 심리적 여유를 갖게 했다. 또한 목구조의 특성상 단열이 잘돼 겨울에 보일러를 2시간 정도만 틀어도 하루 종일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창을 열고 나가면 자녀들이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놀러와 바비큐 바티를 할 수 있을 만한 작은 마당이 있다. 그 너머엔 목조로 지은 별채가 있다. 사랑방이라고 볼 수 있는 서재이다. 책을 읽거나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찾는다는 서재는 아늑하고 깔끔하며 조용하다.

이 집의 모든 수납공간을 벽에 일체화시켜 실내를 최대한 넓어 보이고 깔끔한 분위기가 가능하게 했다. 평소 단순한 구조 속에 각 공간을 풍요롭게 담기 위해 고민을 한다는 정현아 건축가는 건죽주를 닮은 집이 좋은 집이라고 말했다.

용인 주택은 그래서 더 작고 담백하게 건축주의 일상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단다. 부부, 자녀들, 그리고 손자 모두 서로 다르지만 닮은 가족의 모습처럼 다른 형태로, 또 다른 물성으로 지어졌으면서도 유기적으로 통일감 있게 완성된 용인주택은 정말 집주인을 닮아있었다.

 


건축 개요
프로젝트 명 : 용인 주택
설계 : 디아건축 정현아
대지면적 : 263.6 ㎡
건축면적 : 126.2 ㎡
연면적 : 157.0 ㎡
규모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목조
외부마감 : 송판노출콘크리트, 적삼목
내부마감 :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정현아 건축가 | 1970년생으로 홍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뉴욕의 로버트 A.M. 스턴 아키텍츠와 난디니 푸칸 아키텍츠, 서울의 창조건축과 한도시건축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04년부터 디아건축을 운영해오고 있다. 주요작으로 평창동주택, 신사동근생, 대전한의원 등이 있으며, 평창동주택으로 제26회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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