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한 동네에 다닥다닥 간판이 붙어 있는 상점가. 그중 하나인 평범한 상가 건물로 들어가 특징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는 3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린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건 떠나갈 듯 우렁찬 구호 소리, 그리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담황색의 나무 도장이다.
도심 속에 이 특별한 장소가 생겨난 건 올해 1월. 오랫동안 이 동네에 터를 잡아온 대한검도회 공인도장 ‘인검검도관’이 터를 옮기게 되면서이다. 검도관을 운영하는 원광연 관장은 평소 아토피와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아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생활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관원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새로 이전하는 곳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질 좋은 원목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 나무 도장 인검검도관이 탄생했다고 한다.
시공사인 조은합판몰딩의 조용진 사장은 이곳의 인테리어 콘셉트를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면 땀 흘리며 운동하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도장을 나무가 많은 숲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 피곤할 때 오히려 활기를 되찾으러 가게 되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한다.
도장의 천장과 벽을 뒤덮으며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건 레드 파인 원목 루바이다. 원목 루바는 공기 정화와 습도 조절이라는 원목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삼나무, 향나무, 햄록 등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는데 그 중 레드 파인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밝은 색감, 자연스러운 옹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솔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공 후에 서서히 붉게 변하며 한결 멋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인검검도관에는 특히 스웨덴산 레드 파인 루바가 쓰였다. 스웨덴산은 고가이긴 하지만 대신 목질이 좋고, 표면 처리가 깔끔하며, 기계로 건조하여 치수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어 선호된다. 바닥은 레드 파인처럼 밝은 색의 버찌 플로어링이다. 가볍고 단단하다는 특징 덕에 검도장이나 태권도장 같은 무술도장에 적합한 바닥재이다.
나무 도장으로 거듭나면서 관원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특히 아이의 건강에 염려가 많은 아이 엄마들에게 인검검도관은 환경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고마운 곳이 되었다. 직장인 관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종일 좁은 사무실에 갇혀있거나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자연친화적인 나무 도장에 오니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반응이다.
“환경의 개선이 관원들에게 좋을 거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은 공사를 하게 되었어요. 검도 같은 경우엔 한번 연을 맺으면 평생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 시설이지만 어떻게 보면 평생 가는 관원들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검도사범의 말처럼 나무도장의 의미는 단지 멋져 보이고 비싼 인테리어가 아니다. 검도관과 인연을 맺게 된 관원들을 향한 애정과 배려의 발로였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갈 무렵 오늘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나무 도장에 들이닥쳤다. 개구쟁이처럼 뛰어오다가 검도복으로 갈아입자 태도가 한결 의젓해진다. 이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단련시켜줄 수 있는 곳, 또 성인이 되어 사회의 풍파를 겪어도 올곧은 마음과 예로 이겨내게 해주는 곳, 그런 곳이 되기 위해 나무향이 나는 인검검도장은 오늘도 관원들을 향해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 위치: 고양시 일산 동구 숲속마을로 50-58 보민프라자 3층
● 공간 면적: 70평
● 내부 마감재: 천장-스웨덴산 레드 파인 / 벽-스웨덴산 레드 파인 / 바닥-버찌 플로어링(중보행용) / 문틀-발포문틀 / 문짝-ABS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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