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대여를 통해 당시의 ‘조선관’을 재현
한글 목판본의 책판(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대여) 등 27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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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포스터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은 바티칸 선교박람회의 개최 100주년을 기념 특별기획전 ‘Anima Mundi(아니마문디, 세상의 영혼들)’를 열고 7월 5일(토) 일반에 공개한다.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산업박람회와는 달리 발명품이나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기계 등이 아니라 전교지역의 천주 교회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선교를 목적으로 했지만 일제강점기 중 조선관의 이름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바티칸 선교박람회 참가는 교회사를 넘어 한국사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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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포스터 |
당시 천주교 서울대목구의 뮈텔 주교와 드브레 보좌주교, 대구대목구의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의 사우어 주교는 일본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하고 있었다.
마침 한국천주교회는 기해·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 박람회에 참가해 교회 창설 후 지속된 100여년 간의 박해와 순교를 견뎌낸 조선의 신앙공동체를 세계에 알렸다.
벽안의 선교사들이 로마로 모여든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던 조선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100년이 지난 오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는 현전하는 바티칸 선교박람회 출품목록을 토대로 국내 16곳의 박물관과 수도원을 비롯해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의 유물대여를 통해 당시의 ‘조선관’을 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숭공학교(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운영)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대여)을 비롯해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의 주름상자식 사진기와 그가 손수 촬영하고 인쇄해 보냈던 사진들(대구대교구 사료실 제공), 그리고 천주성교예규와 천주성교공과, 성교요리문답 한글 목판본의 책판(冊板, 서책 간행을 위해 목판에 직접 판각한 것)(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대여) 등 270여 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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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뮈텔, 드망즈, 드브레, 사우어 주교의 사진. |
또한 바티칸 선교박람회의 기부자 명단인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와 세 교구의 주교들이 바티칸선교박람회 출품물 수집을 위해 15개 분류 카테고리 문서(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가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이번 특별기획전이 100년 전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출품됐던 유물과 예술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넘어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또한 식민지 국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이후 100년의 여정을 돌아보게 된다.
개막식은 당일 오후 3시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시복 100주년 기념미사(집전 : 천주교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주교와 사제단)와 순교자 자료집 봉정식 후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전시는 9월 14일(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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