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잠디자인 김성희 -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것들
낮잠디자인을 꾸려왔던 김성희 작가는 최근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은 가구를 만들고 남은 긴 무늬목 조각들은 어느 날 고양이 그림이 되었고, 또 어느 날부턴가는 그날그날 느꼈던 감정의 단편선들이 되었다. 그림 속 단편들은 평면에서 튀어나와 가만히 흔들리는 모빌이 되고 인센스 홀더가 된다.
제주의 바다에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게 떠내려 온 유목들이 있다. 도시의 제재목들이 제작자의 손에 모든 걸 맡기는 수동적인 재료라면 제주의 유목들은 스스로를 삭아내고 깎아내는 시간을 보낸 후 누구라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완성된 상태의 ‘보물’로 작가의 손에 들어온다.
아이를 처음 가슴에 안았던 순간이 더 이상 희미해지지 않도록 기억을 대신하는 탯줄을 담는 상자를 만들었던 것이 티티공방 ‘함’들의 시작이다. 누구의 기억이든 그의 삶과 공간 안에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공방장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기억을 담는 작은 나무 물건을 만든다.
손끝에 자판이나 아무 반응 없는 차가운 유리 액정이 더 가까운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이다. 비인로그는 기껏해야 플라스틱이나 쥐고 사는 우리의 굳어버린 손가락 신경다발을 자극하는 나무 딥펜을 만든다.
문서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고른 펜촉을 끼우고 잉크를 찍은 날렵한 펜대를 손에 쥐고 잊었던 오래된 손가
락의 근육들이 글씨를 써내려갈 때 기대할 수 있는 건 향수만이 아니다. 그 자체에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있다. 그 따스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비인로그는 책상 위에 둘 수 있는 물건들을 하나 둘 늘리고 있다.
똑같은 동 장식에 생긴 것도 모두 같지만 크기는 모두 달라 피라미드처럼 쌓을 수 있는 함들, ‘함함함’. 어떤 건 딱 펜 하나가 들어가는 크기. 책상 위 굴러다니는 것들을 한꺼번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귀하게 여기는 각각의 도구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함들의 이름도 사용의 느낌과 목적들을 따서 사유함, 소중함, 필요함, 경이함이다.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를 느낄 수 있는 오브젝트지만 묵직한 월넛에 자석을 달아 탁탁 열고 닫힐 때의 손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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