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소반의 매력

김윤주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4 21: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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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빛나게 해주는 아름답고 귀한 생활 가구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호족반이 대표 소반
▲ <소나무 사각 호족반> 소반의 다리가 호랑이의 다리와 닮아 수려함이 돋보이며 손으로 깎아 손맛이 있다.

 

소반(小盤)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소반을 찾지 않았을 뿐이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소반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자, 없는 살림도 빛나게 해주는 아름답고 귀한 생활 가구였다. 하지만 입식 문화가 정착되고 식탁이 널리 쓰이면서 졸지에 골동품 취급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보라. 소반은 여전히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나고 있으며, 그 아름다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소반 위에 3첩 반상만 차리라는 법 있나? 브런치를 먹어도 좋다! 소반 위에서는 작설차만 어울리나? 아메리카노도 썩 잘 어울린다! 잠시 잊고 있던 소반을 꺼내 묵은 먼지를 탈탈 털어내자. 틀림없이, 우리 일상에 한 줄기 따뜻한 여백을 드리워줄 것이다. 때로는 나만을 위한 성찬의 밥상으로, 때로는 친구와 함께하는 티테이블로, 또 때로는 독서용 테이블로…. 소반의 매력을 일상에서 맘껏 즐겨보면 어떨까.

 

▲ 〈완자호족반〉 상판이 12각으로 되어 있고 상판 밑이 완자무늬(卍)로 투각된 호족반이다.

 

▲ 〈풍혈반〉 판각 다리에 투각 장식을 한 소반으로 오동나무로 만들었다.

 

▲ 〈일주반〉 외다리로 상판을 받치도록 되어 있는 소반이다. 외다리 밑에는 십자형으로 교차된 네 개의 발이 있어 버틸 수 있도록 했다.

 

▲ 〈벚나무원반〉 목선반 작업으로 만들며, 깎을 때 생기는 칼자국의 잔줄에서 멋을 느낄 수 있다.


단아한 매력의 나주반

나주반은 전라도 나주지역에서 만들어진 소반으로 각의 모서리를 귀접이하여 원형으로 부드럽게 깎은 것이 특징이다. 나주반은 다른 소반과 달리 상판에 변죽을 따로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제작돼, 상판이 뒤틀리거나 쪼개지지 않아 견실하다. 상판과 다리 사이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대(帶)는 운각이라 한다. 나주반은 군더더기 없이 단아한 형태는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현대적 미감과 잘 들어맞는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가 주로 쓰이며 부위별로 나무를 가려 쓴다.

튼튼한 매력의 통영반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만든 소반으로 튼튼하고 제작이 편리하며 실용적이어서 통영반의 형태가 밥상의 정형이 되었다. 자개를 이용해 화려한 소반을 만들기도 한다. 통영반의 기본 형태는 장방형의 단순한 상판에 큰 장식 없는 원통형의 네 다리를 연결한 구조이다. 나주반이 상판의 모서리를 귀접이 했다면 통영반은 각을 없애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무리했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를 써서 제작한 소반을 으뜸으로 친다. 소반 다리에는 소나무나 느티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화려한 매력의 해주반

황해도 해주시에서 제작한 소반이다. 다른 소반과 달리 상판에 네 기둥의 다리가 아니라 투각을 한 판이 붙어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상판은 장방형이며 각 모서리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꺾여 있다. 변죽을 2단으로 처리해 턱이 지게 한 소반도 있다. 해주반은 운각에도 투각 장식이 되어 있는데 운문(雲文), 뇌문(雷文), 만자문(卍字文) 등이 주로 투각된다. 소반의 다리는 두꺼운 널판에 투각 장식을 한 판각이 대부분인데, 외형은 아름다우나 구조면에서 다른 소반에 비해 튼튼하지 못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소반인 호족반

호족반은 우리나라 소반을 대표 소반이다. 다리 모양새가 호랑이의 다리모양과 흡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형태적으로는 12각을 둘렀다. 변죽과 족대에서 느껴지는 직선과 운각, 다리모양에서 보이는 곡선이 전체적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용도에 적합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전통가구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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