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도시 전체가 나의 집이라면

강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6 22: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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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독립국가 만들기|사카구치 교헤|이음

혁명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2011년 5월, 신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스스로 총리 자리에 오른 건축가이자 뮤지션, 작가이자 화가, 또 만담가이기도 한 저자 사카구치 교헤의 이야기다.  

 


같은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로 쫓기듯 온 사람들을 위한 무료 피난처 ‘제로센터’를 만든 것이 그 출발이었다. 이런 저자에게 이 세상은 어딘가 마뜩찮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던진다, 질문을. 독자의 역할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의 질문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040년에는 일본의 빈집 비율이 43퍼센트에 이를 것이라 예측하는데 왜 계속해서 집을 짓는지, 생존권 보장이 헌법으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왜 일본에는 노숙자가 이리도 많은 것인지, 심지어는 작은 오두막을 지을 권리조차 박탈당하는지를 묻는다. 사람은 정말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는지와 원전 개발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까지 저자의 질문 범위는 깊고 넓다.

그렇다고 해서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살아가자고 주장하는 저자의 외침이 결코 공허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의 설득력은 저자의 살아 있는 실천과 경험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리어카에 차바퀴 네 개를 달아 움직이는 집을 만들어 생활했다.

도시의 쓰레기를 주워 집을 짓고 노천에서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허접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1.5평 넓이에 태양열 전기로 아이패드나 아이폰도 쓸 수 있을 만큼 완전한 자가발전 집이다.

이들에게 집은 비싸고, 크고, 소유해야 할 무엇이 아니다. 참고로, 익숙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복하려드는 저자의 거침없는 움직임에 책을 읽는 내내 당혹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변화란 언제나 불편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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