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의 대가, 도미이 마사노리...하이브리드 목조주택에 대한 포괄적 이해

육상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3-28 22: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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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의 진정한 가치
자유로운 디자인 구사가 가능한 목조주택
지속가능성의 목조주택

 

2011년, 남편은 수학자이고 부인은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아이가 없는 부부 건축주가 건축가 찾아왔다. 건축주의 컨셉은 <우주를 담는 주택>으로 공간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을 의뢰했다. 대지는 한 면의 폭이 3.6m인 좁은 직사각형 형태의 땅이었다.

간결한 요구 속에는 엄청난 요소들이 내재되는 건축이었다. 건축가의 깊은 고민은 시작되었고 그 건축가는 바로 일본인 교수 ‘도미이 마사노리’였다. 도미이는 지도하는 건축과 학생들과 공정한 경쟁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온전한 하이브리드(hybrid) 목조주택을 완성했다.

100채의 건축을 설계한 목조주택의 대가인 일본인 도미이 교수는 2004년부터 한양대학교 건축대학 전임교수로 재직하다 몇 해 전 퇴임했다. 협소한 기술과 원숙한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한국의 목조주택의 오늘에 새로운 기준과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도미이 교수의 견해는 시사하는 바가 남달랐다.

가장 싼 주택, 목조주택 



일본에서 목구조 주택을 만나는 일은 너무 흔하다. 목재가 풍부하고 환경에서 당연한 일로 여겼지만 도미이 교수의 견해는 전혀 달랐다.
“목구조의 주택이 가장 싸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싼 건축도 역시나 목구조입니다.”
기호를 떠나 일본인들은 건축비 절감을 이유로 나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전부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건축가로서의 이유는 디자인 가장 자유롭다는 것입니다.”라고 교수는 답했다.
“나무가 습기도 조절하고, 공기도 정화하는 순기능이 더 먼저 아닐까요?”
“습도는 회벽이, 공기 정화는 숯이 더 뛰어납니다. 또 그런 기능을 대체할 건축 소재는 많습니다. 나무는 그런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간의 다소 일방적으로 들이민 나무의 가치와 기능에 대한 이해가 일종의 편견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화재가 나면 대부분의 사망 이유가 화학제품의 유독가스 때문입니다. 나무는 그 점에서 우리한 소재가 아닐까요?“
“불이 나면 나무는 전소해서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콘크리트는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구요. 우리는 건축가이지 소방관이 아닙니다.” 교수의 대답은 짧지만 확고했다.

주택 소재로 나무를 선택하는 이유 



대부분의 건축주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엄청난 공사비가 들어가는 설계는 좋은 집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2~3억 원 내외의 비용으로 가족이 꿈꾸는 행복을 담은 집을 건축주에게 제시하느냐의 문제다. 이 문제에서 도미이 교수의 생각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결정적 이유로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의 다양한 변화와 공간 구조의 자유로운 결정은 목재만이 가능한 소재라는 뜻이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지붕 공간의 적극 활용이다. 일본 목조주택의 경우 창조적 공간 디자인을 통해 부가적 공간을 얻어내는 데 그 이유로 목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어떤 건축주가 가족 사진을 전시할 공간을 원했는데 해법은 서비스 면적인 다락방을 갤러리로 꾸며 해결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 주택의 경우 대부분 평지붕이다. 그런 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콘크리트 구조라고 해서 박공 형태의 지붕 설계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다시 마감을 해야 하고 미세한 변화의 시도는 어렵다. 도미이 교수의 지적에서 목구조 주택의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고. 덤으로 유기적 공간들을 얻었다.

도시가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축은 수용을 위한 규격화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주택 보급률이라는 정책적인 판단이 이끌어낸 결과이지만, 도시의 삶이 지쳐가는 데는 집의 형태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개성과 자연성이 무시되고 편리성에 집중된 공간들은 가족 간의 대화 단절과 안식의 시간을 빼앗아 갔다. 그 대표적인 집이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공간의 고급화와 문화적 요소를 삼킨 게으른 주택이다.

목조주택을 짓는 위한 필수 조건들 



도미이 교수는 우리들이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 지적한다. 자유, 고독, 후회하지 않는 삶, 이 세 가지이다. 그의 삶의 철학이기도 하지만 집은 인간이 가져야 할 조건들을 담는 공간이다. 그 공간의 소재로 나무는 중요한 요소이다. 집은 상상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조건에서 지어진다. 나무집은 철저한 관리와 보수가 뒤따르는 소재다. 다시 말해 주인으로부터 사랑받아야 더 빛나는 물질이다. 때가 되면 새롭게 칠도 하고, 교체도 해야 한다.

좋은 목조주택은 건축가는 물론 구조 디자이너, 경험이 풍부한 목수를 만났을 때 완성도가 높다고 도미이 교수는 지적한다. 일본은 시공사의 주택 보험 가입을 의무화 한다. 그 이유는 어떤 경우에도 건축주에게 피해는 주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목조주택에서 구조디자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나무의 생태적 변화와 힘의 안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목조 디자인을 구현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목수다. 그는 “나무의 물성과 수종마다의 미세한 변화들은 목수의 체험적 경륜에 따른 결정을 절대 존중해야 주어야 한다.”며 덧붙여 “아무리 뛰어난 설계라 할지라도 목수가 ‘아니요’라면 공사를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좋은 목수를 알지 못하는 설계자는 좋은 목조주택을 지을 수 없다고 도미이 교수는 강조한다.

하이브리드 목조주택이란?  



도미이 교수는 하부구조 견고성과 상부구조가 자유로운 형이 바로 하이브리드 목조건축이라고 정의했다. 집의 경제성과 안전성, 디자인의 변화와 감성적 공간을 위해 콘크리트와 나무라는 두 요소의 결합이 불가피한 현실적 이유에서 하이브리드 목조주택이 탄생했다.

콘크리트 구조는 매우 합리적인 건축의 수단이다. 그것을 굳이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도미이 교수는 하이브리드 목조주택 설계에 있어 대가다. 그가 설계한 주택은 철저하게 이 구조에서 시작한다. 건물의 안과 밖이 철저하게 다르다. 콘크리트와 합판으로 치장된 외부의 이미지는 실내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삼나무로 둘러싸인 내부는 그 지역에서 채취한 나무가 디자인의 강렬한 요소로 배치되어 자연의 공간을 완전하게 느낄 수 있다.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나무 벽의 단조로움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천장 바닥에 조그맣게 촘촘히 뚫린 구멍들은 하늘의 별들이 집안으로 내려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는 시각의 신선함은 인테리어의 요소를 다른 물질의 장치나 접합에 두지 않고 자연 요소를 그대로 끌고 오는 매우 놀라운 해석에 있다. 이런 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필수 소재임을 확신하게 된다. 또한 지붕의 구조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준다.

집은 가족생활의 보루 


집은 ‘휴식’이라는 의미를 넘어 ‘가정생활(家庭生活)’이다. 도미이 교수는 “가족이 정원에서 활기찬 생활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집의 목적이고 의미”라고 말한다. 그가 집을 건축하는 핵심 철학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마당이 있는 집을 그리워한다. 가족 구성원이 한 마당에 모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은 그러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그는 말한다. 집은 가족에게 에너지를 만들어주고 삶을 공유하게 하며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주는 공간이라면 그 형태의 중심에 목조주택 있다.

도미이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농축한 하이브리드 목조주택을 한국에서 실현되기를 갈망한다. 단순한 사례가 아닌 프로젝트 의미로 짓고 싶어 한다. 그 상상의 기초는 한옥의 99칸 구조에서 출발한 것이다. 99칸은 최대의 공동체 집합공간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의 목조주택은 질과 양에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의 건축에서 경량식 목조주택의 실용성과 하이브리드 목조주택의 견고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를 소망해 본다. 물론 지붕 다락에는 우주라는 상상력이 그려질 것이다. 전혀 다른, 하지만 꼭 가보아야 할 목조주택의 길목에 일본 건축가 도미이 마사노리가 있었다.

 

▲ 일본 목조건축가 '도미이 마사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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