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가본 적이 있나. 도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기요미즈테라를 비롯해 아름다운 금각사와 은각사, 철학의 길 등 일본 특유의 정서와 유물을 품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일본을 목적지로 잡은 여행자라면 오랜 기간 일본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던 일본의 옛 수도 교토를 여행 루트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도시 안에서도 기온 거리는 그러한 교토의 특징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의 한옥지구 정도랄까. 현재까지도 당시의 건물을 개조한 과자점이나 찻집 등이 많아, 전통가옥과 함께 일본의 옛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고색창연한 거리다. 서울 한복판에 이 같은 기온 거리의 분위기를 떠올리게끔 하는 공간이 있었으니, 서교동에 자리한 일본식 선술집 ‘맛있는 교토’다.
낙엽송과 더불어 숨 쉬는 옛 시간의 풍경
계단식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높은 3층짜리 목조건물은 한눈에 보기에도 웅장했다. 박제된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찢겨져 나온 것마냥 고풍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풍겨 호기심을 자아낸다. 낡고 예스러우며 기괴하지만 매력적이라는 촌평이 나올 법한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맛있는 교토를 찾은 손님들은 간혹 이곳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공간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맛있는 교토가 고대 일본 거리를 콘셉트로 한 만큼 공간을 이루는 나무 또한 순수한 고재(古材)를 사용하고 싶었지남 경제적 이유로 낙엽송으로 고재 느낌을 살렸다. 붉은 빛이 도는 낙엽송 특유의 나뭇결에 토치(그을림) 작업을 가해 층을 생성시켜 빈티지한 멋을 더한 것이다.
마감 목재와 시공법 외에도 예스러운 느낌을 위해 나무를 툭툭 부러뜨려 덧대놓은 듯 무심하게 마감한 천장이라든지, 옹이자국을 그대로 남겨 자연스러움을 더한 기둥 모서리 등은 선술집이라는 공간의 목적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이전 건물의 흔적인 것만 같은 석재 혹은 콘크리트의 흔적 또한 군데군데 눈에 띄는데, 이는 전체적인 바탕을 이루는 나무와 대조를 이루어 재미를 준다.
인테리어의 재미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층마다 배치된 테이블의 다리는 재봉틀을 본 떠 보는 재미와 함께 이곳 특유의 분위기 형성에 한몫한다. 홀 외에도 구석에 개별적인 룸이 있어, 숨어있는 공간의 재미와 함께 보다 사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배려했다.
맛있는 교토는 세상의 변화와 함께 다른 길을 떠났다. 팬대믹과 상권의 변화는 상점이 건축 유물이 되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곳은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다가온 감성의 공간이었다. 여행자들은 또 다른 맛과 낙엽송의 감성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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