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흔적의 시간, 성곡 30년 《미술관을 기록하다》로 되짚다... 성곡은 여전히 호흡한다.

김한슬 리포터 / 기사승인 : 2025-09-18 19: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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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원, 〈성곡의 조각들〉 Sungkok's Sculptures, 2025, 커피가루, 나무판넬, 270 × 600 cm ©이창원

 

1995년 개관 이후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성곡미술관은 《미술관을 기록하다》 기념전을 통해 지난 세월을 예술적으로 되짚는다.

성곡미술관은 기업인 김성곤 선생의 예술·교육 철학과 김석원 이사장의 뜻으로 설립되어, 1980년대 한국 현대미술을 이끈 사립미술관의 흐름 속에서 개관했다. 개관 후 30년이 흐른 지금, 성곡은이 세월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2023년부터 기획된 이번 전시는 수많은 작가들의 전시와 흔적이 축적된 공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며,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회화·영상·사진·소리 등 여러 장르를 통해 시대적 이슈와 미학적 흐름을 아우른다. 

 

▲ 조르주 루스, 〈서울, 성곡 Ⅱ〉,Seoul, Sungkok II, 202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46 × 110 cm  ©조르주 루스


전시는 성곡미술관 오른쪽 건물 1층에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성곡 30년의 발자취를 담은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전시와 관람객의 흔적을 기록하며 공간에 쌓인 시간의 결을 세심하게 수집한다. 또한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술관 내부와 2024년 봄 조각정원의 모습도 소개된다. '김태동'은 성곡의 정지된 풍경 속에 흐르는 시간을 포착해 작품에 담았다.

2층에서는 '이세경'의 접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머리카락이라는 재료를 통해 몸·감정·기억·상징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백색 도자기에 머리카락을 문양처럼 새겨 넣어 실재와 환영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신작 〈기념접시〉에서는성곡미술관 관장의 실제 머리카락을 활용해 시간을 초월한 기억의 그릇을 만들어냈다.

'김준'은 청각이라는 비물질적 매체를 작품화했다. 매일 새벽 성곡 조각정원에서 들은 소리를 수집해 재구성함으로써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의 울림을 표현하며, 관람객에게 명상의 장을 제공한다. 또한 빛과 그림자를 매체로 활용한 '이창원'은구조물 위에 커피가루와 찻잎을 얹고 조명을 비춰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의 작업은 실재와 그림자, 형태와 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태로운 상태 속에서도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형상을 통해 성곡의 30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 민재영, 〈도시·전시·정원〉Museum Promenade, 2025, 장지에 수묵, 190 × 290cm ©민재영


또 다른 전시관 1층에는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가 참여했다. 그는 폐허나 기억이 깃든 공간 전체에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를 개입시키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아나모르포시스' 기법을 활용한 그의 작업은 성곡의 수직적 구조를 기념비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이를 색과 회화적 요소로 희석시켜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이 밖에도 '김수영'과 '샌정'의 회화, '민재영'의 수묵 작품, '성지연'의 사진,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엘레나'의 정물사진, '엄중호'의 설치, '윤정미'의 사진, '홍범'의 프로젝트, '송예환'의 웹 기반 설치 등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해 성곡을 다층적으로 재현한다. 

 

▲ 김수영, 〈성곡미술관〉Sungkok Art Museum, 2025, 캔버스에 유채, 185 × 240 cm ©김수영


성곡이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은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것이다.성곡미술관이수균 부관장은 이렇게 전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전혀 다른 현실의 일면을 새롭게 보여줄 때 우리는 또 다른 창조적인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의 본질을 잃지 않고, 유행에 급급하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는 시대를 잘 수용하며 좋은 작가들을 꾸준히 찾아가려고 합니다.”

성곡의 흐름은 30년 전 신문로 시절부터 경희궁길로 이어져 오늘, 2025년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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