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신드롬’을 부르며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낳았다. 이 의자는 해미성지가 속한 당진 사는 목수 강삼룡(라파엘) 씨의 작품이다. 천주교 신자인 강삼룡 씨는 교황이 사용할 의자를 봉헌할 목적으로 10일간 유럽의 성당을 순례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직접 디자인하고 손수 나무를 깎았다. 물론 환영과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의자 제작에 사용된 나무는 월넛(walnut)이라 불리는 호두나무이다. 이 아름다운 목재의 원산지는 유럽 카르파티아 산맥이지만 중국과 히말라야를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분포도가 확장되었다는 점은 가톨릭의 전파를 상징하는 듯하여 지혜로운 선택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영국제 벨벳 천으로 등받이를 감싸 천 년이 가도 썩지 않는 의자를 완성했다. 색상은 베이지색이지만 조명이 환하면 하얀색으로 변한다. 등받이 부위에는 교황을 상징하는 문장을 자수로 새겼고, 테두리는 고난의 순교자를 상징하는 꽃과 잎으로 나무 조각했다.
강삼룡 목수는 이 의자 외에도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때 사용할 의자, 솔뫼 성지 대화용 의자,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과 식사 때 쓰일 대화용 의자 등 3종류 총 6개의 의자를 준비하여 헌정하였다.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책 <교황연대기>를 살펴보면 교황과 의자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베드로 이후 20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배출된 교황 305명 전부가 남자일 것 같지만 유일하게 조안(855∼857)이라고 하는 여자 교황이 존재했다. 남장을 하고 교황에 오른 그녀는 여자라는 것이 탄로 난 후 당시 법에 따라 돌팔매질 당하는 비극에 처해졌다.
그 사건 이후 선출 때마다 교황이 앉는 첫 번째 의자는 좌판에 구멍이 난 것이었다. 하위직 성직자 중 한 사람이 이 뚫린 구멍을 통하여 고환을 확인하고 남성임을 증명하는 절차를 행했다. 오늘까지도 이 의자는 교황청 내 같은 자리에 놓여 있고, 물론 프란시스코 교황도 이 과정을 거쳐 재위에 올랐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비록 짧았지만 우리 사회에 긴 여운을 남겼다. 꽃동네 희망의 집을 찾았을 때는 50분 내내 서서 장애인 한 명 한 명을 만나기도 했다. 강당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라는 권유에도 교황은 끝내 의자에 앉지 않고 장애아동과 눈빛을 나누었다.
서 있는 것으로 마땅한 권위를 보이고, 자리에 앉음으로 큰 희망을 보게 한 프란치스코교황에게우리는화답한다.“ 비바파파, Viva il Papa, 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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