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과 목재의 관계

편집부 / 기사승인 : 2023-04-15 22: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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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보다 장소로서의 중요성
공개성과 공동성의 조화가 중요

 

공공 공간(public space)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의 의미가 강하다. 그 안에서는 무엇보다 행위가 중요하다. 이런 연유로 공공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라기보다 ‘장소’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능적 공간은 특정한 행위만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 공간은 다양한 행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포괄적이면서 자율적인 장소라 할 수 있다.

공공 공간이란?

공공 공간이 갖는 특성은 도시의 가로(街路) 이외에 광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광장은 도시 속에 있는 공공적인 공지로, 특히 서양의 도시는 이를 중심으로 발달한 경우가 많으며 각 도시의 광장은 유럽의 도시 구조를 특징짓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도시의 광장인 아고라(agora)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서 시민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종교, 정치, 사법, 상업, 사교 등이 행해지는 사회생활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가로나 광장만이 공공 공간은 아니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시설로 계획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건축 또한 공공 공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미술관, 도서관 등과 같은 공간은 단순히 기능적 공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의 공공을 위해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공공 공간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며 가장 폭넓은 공개성을 지닌 공간, 우리 모두가 공공으로 구축하여 그 안에 거주하고 있는 공동성을 갖는 세계를 지칭한다. 공공 영역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접근성(accessibility)에 있다. 제약이 없거나 조건이 없는 개방적인 접근성이 확보될수록 공공성은 높아진다. 접근성이란 물리적인 환경뿐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을 포함한 사회적인 접근성도 포함한다.

미스 반 데어 로에상에 빛나는 바다 수영장  


▲ 덴마크와 스웨덴을 가르는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는 시설물 Kastrup Sea Bath. 바다를 향해 100m가량 목재 데크가 뻗어나가 있으며, 바다 위에는 목재 스크린이 원형으로 구성돼 바람을 막아준다. 목재는 바닷물의 부식 작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구성이 특히 강한 아조베(azobe)를 사용했다. 아조베는 서아프리카의 전형적인 수종으로, 무겁고 단단한 특성이 있다. 해수 염분에 강해서 수중 구조용재, 선박용재 등으로 사용된다.

 


보행 공간은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본 배경이다. 건물과 사람, 가로수, 각종 가로 시설 등 모든 요소를 담아내는 밑바탕이다. 따라서 보행 공간은 특정인이 아닌 어느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성이 가장 요구된다. 이제는 기능만을 강조하는 디자인보다는 인간의 감성을 잘 아우를 수 있는 공공 공간 디자인의 변모를 꾀하여야 할 때이다.

그에 합당한 재료는 바로 목재다. 목재는 인간의 감성에 가장 적합한 재료로, 시간을 담고 체온을 담으며 기억까지도 담을 수 있는 재료인 것이다. 이러한 재료를 이용하면 공공 디자인 분야에도 접목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이 놀이터, 휴게 공간, 보행 공간에 놓인 시설물 등 사람의 손이 스치는 곳의 재료로 나무를 선택했을 때 촉발되는 감성은 다른 여타 재료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기능적으로 목재 사용이 어려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비 절감, 쉬운 공법만을 강조하며 사용자의 감성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목재를 사용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사례가 여기 있다. 우리나라의 한강에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로, 스웨덴에 위치하고 있는 바다 위 카스트루프 수영장(Kastrup Sea Bath)이다. 조형적인 형태가 매우 흥미로운데 목재 부두가 바다 표면에 떠있고 5m 다이빙 플랫폼으로 끝나는, 원형 구조로 방문자를 이끌고 있다. 원형의 모양은 인테리어와 바람으로부터의 쉼터를 만드는 데 집중되고, 연속적인 벤치를 따라서 가면 추가적으로 휴식과 여가 공간을 만든다.

바다 위의 수영장은 해변, 바다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형태이다. 이는 또한 연령에 관계없이 개인 또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시설이며 목재 데크로 된 모든 플랫폼의 크기는 대략 870㎡이다. 조명은 조각적인 형태의 건축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카스트루프 수영장은 2006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상 중 하나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상의 수상작으로 지명될 정도로 훌륭한 공공 디자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한강에도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로 한강변 정비 사업이 시행되었는데 한강물을 좀 더 정화하여 한강물에서 수영할 수 있는 시설로 이런 수영장이 설치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 냄새가 폴폴 나는 친환경 놀이터  


▲ 핀란드의 대표 시설물 업체인 Lappset사가 만든 놀이터. 친환경 목재인 구주소나무(Pinus Silvestris)로 만들었으며, 장애아를 위한 배려도 엿볼 수 있는 놀이터다. 구주소나무는 목재에 수지가 많아 갱목으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 설치되어 있는 대표적인 공공 시설물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어린이 놀이터이다. 만일 눈여겨보았다면 서울시가 디자인 도시로 선정되면서 어린이 놀이터 시설들도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기존의 놀이터들은 획일적이고 편협한 놀이 기능만 있는 시설이었고, 더군다나 어린이들의 놀이터 기능을 상실한 슬럼화가 진행되어 비행 청소년들의 전유 공간이 되다시피 했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놀이터란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돕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많이 개선되었으나 앞으로 좀 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부분이 어린이 놀이터이다. 디자인적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현상 공모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여러 방향의 공공 디자인을 살펴보면 목재가 적용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있다. 삭막한 도시 환경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재료는 역시 목재다. 목재가 다루기 어렵고 비용적인 면에서 다른 재료보다 비싸다는 측면만 보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발하도록 하자. 방법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공 디자인에는 인간에게 친근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인간이 접촉하는 공간이고 사용하는 시설물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글: 박희령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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