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의 매력을 알리고자 소장 가구로 전시를 기획하고 책자를 발간하는 이애란(53) 대표의 공간, 나락실은 그녀의 안목과 취향으로 수집된 가구를 판매하는 숍이다. 다음 세대에게 고미술을 이해하는 방법과 그 위상을 바로 잡기위해 노력하는 그녀에게 듣는 조선가구 이야기.
고미술 시장의 부활을 꿈꾸다
고미술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만 입점한다는 서울의 압구정에 위치한 백화점에 고가구 상점이 있었다. 당시 백화점에서 고미술 전시장을 운영하던 이애란 대표는 더 전문적으로 고미술을 수집하고 판매하고자 1989년 인사동에서 나락실 문을 열었다. 현재는 전통 장신구를 주로 만날 수 있는 인사동 나락실과 고가구 숍인 돈화문 나락실 두 곳으로 나뉘어 자리해있다.
“인사동에 둥지를 튼 지도 25년이 흘렀어요.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러 있어 보니 이 거리가 변하는 걸 다 지켜봤죠. 나락실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고미술 시장은 활기가 넘쳤어요. 전통 가구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고미술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이 동네에 모였죠. 그런데 요즘은 외국 관광객들이 의례적으로 거치는 관광명소로 전락해 서운한 마음이 들어요.”
고미술 시장의 불황과 상관없이 지금의 인사동은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예전과 같은 이유는 아니다. 지금 인사동은 젊은 세대들의 데이트코스 혹은 외국인들의 전통시장 관광코스 중 한 곳이 되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것을 서운해하면서도 그 연유를 이해하는 그녀였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가 고미술에 입문하기가 쉽지 않아요. 가구는 자주 봐야 친숙해질 텐데 요즘 집에는 조선가구가 없거든요. 알기 쉽게 잘 쓰인 서적도 부족하고요. 어찌 보면 저와 같은 기성세대가 길을 잘 닦아놓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애란 대표는 고미술 시장의 부활을 바라며 그녀만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바로 책자 발간과 함께 기획 전시를 여는 일이다. 지난해 그 첫발을 디뎠는데, 우리 문화유산 특별전으로 <한국 전통 소반전>을 열고, 용인대학교 박영규 교수의 도움으로 첫 번째 책자를 발간했다.
가구, 공간을 엿보다
이애란 대표는 선조들의 생활공간과 가구는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선조들이 가구를 중요하게 들였던 공간은 크게 세 곳이에요. 사랑방과 안방, 부엌이죠. 사랑방은 선비들의 사교 공간이에요. 책을 읽고 논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담소를 나누는 방이죠. 그래서 사랑방에는 책장과 서안, 담배를 태울 때 쓰는 재판과 재떨이 등 남자들의 가구와 소품이 꼭 놓이죠. 집안 여자들의 공간인 안방은 제조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죠. 옛날에는 부인들이 직접 바느질을 하고 수를 놓으며 생활용품을 만들었잖아요. 그렇다 보니 안방 가구는 여인들의 머릿장과 바느질 도구나 화장 도구를 담는 함이 있었죠.”
집안의 사내와 안주인이 사용했던 사랑방과 안방과 달리 부엌은 보통 아랫사람들이 주로 드나드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방에 들이는 가구와 위상이 좀 달랐다. 만듦새나 보관에 있어서 다른 가구와 다른 대접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상을 차려 방으로 들어가는 소반은 잘 만들어져 쓰였다. 그녀는 조선의 가구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 선조들의 공간과 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수집을 위해 혹은 실용을 위해 전통 가구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을 돌이켜보고 그들의 삶의 자세를 터득하기에 조선가구만큼 좋은 매개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이애란 대표는 인사동이 고미술로 다시 한 번 떠오르길 바란다. 그녀의 바람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조선가구의 위상이 바로 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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