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먼 곳에 있지 않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흔하디 흔한 나무 가운데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와 사람살이의 생로병사를 상징할 수 있는 나무라면 더욱더 의미가 크다.
이 책은 나무를 찾아간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저자 특유의 문체 덕에 단순히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겨운 사람살이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삶과 밀착해 살고 있는 나무들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단순히 나무의 특징과 생육에 대한 서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둘러싼 주변의 이해관계와 쓰임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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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계리은행나무 |
자연과 나무를 찾아가는 여행은 이미 많은 여행자들의 화두였던 만큼, 부분적으로 크고 의미 있는 나무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블로그에 쌓여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나무를 테마로 한 권의 책을 엮어낸다는 것은 10년 이상 나무만 찾아다닌 저자의 이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전국의 나무들을 찾아가는 여행은 나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오랜 관찰과 경험이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나무의 전과정을 생각하는 일은 우리에게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내가 쓰고 있는 책상과 의자, 선반의 모태인 나무의 깊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무를 단순히 식물학적 관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무가 품고 있는 사람살이 이야기까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책 속의 나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그동안 무심히 바라보던 나무들이 어느새 우리와 매우 친근하고도 고마운 생명체로 다가온다.
나무를 주제로한 다양한 직업 중 ‘나무 칼럼니스트’가 있다. 저자 고규홍 씨는 목수도 디자이너도 아닌 칼럼니스트이다. 그는 일간지 기자 생활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여행과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 과정 중 이 땅의 큰 나무들이 펼쳐낸 갖가지 이야기들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 여러 미디어에 담아내었고,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나무를 찾아내 개인 자격으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 이를 성사시킨 일도 있다.
천연기념물 제470호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가 그 예다. 책을 통해 자신이 그러했듯, 늘 가던 곳이었지만 새로 만나는 나무들로 인해 주변 전체가 새로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힘들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서 자연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다면, 이 책을 들고 나무가 있어서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나무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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