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기자가 만든 쿠르베(Courbe)는 스피커라는 이름을 지우면 마치 아트가구처럼 보인다. 가우디의 건축을 떠올리게 하는 유려한 곡선에 눈이 즐겁다. 소리를 들으면 귀가 또 한 번 놀란다. 청음해 본 사람들은 “수천만 원대 외국 명품 스피커에 뒤지지 않는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스피커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사연은 길다. 스피커를 만든 피에스제이디자인 박성제 대표는 MBC에서 20년 가까이 기자밥을 먹었고 대표도 역임했다. 오디오 마니아였던 그가 나무를 만지며 스피커를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박성제 씨는 스피커 외관을 직접 디자인 하고 오디오 동호회에서 만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첫 번째 스피커를 완성했다. 아마추어가 만든 스피커였지만 동호회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용기를 얻은 박 대표는 아예 회사를 차리고 스피커 만들기에 나섰다.
박성제 씨의 스피커는 외관도 외관이지만 섬세하고 해상력 높은 사운드로 정평이 나있다. 그 비결은 세 개의 인클로저다. 대개의 스피커들은 인클로저가 하나뿐이지만, 쿠르베 스피커에는 세 개나 있다.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 저역과 고역 사이를 담당하는 미드레인지,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인클로저에는 울림이 맑아 현악기에 주로 사용되는 자작나무를 컴퓨터 재단으로 커팅해 일일이 쌓아올리는 섬세한 공정이 들어갔다.
그는 30년 동안 세상의 소리를 정직하게 전달하는 스피커였다. 그가 만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도 좋지만, 다시 세상의 스피커가 되어 내는 소리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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